미국은 청교도들이 세운 나라입니다. 미국 대통령은 성경에 손을 얹고 취임 선서를 하며, 미국 달러에는 ‘우리는 하나님을 믿는다(In God We Trust)’는 문구가 들어있습니다. 10년 전인 2009년 스스로 개신교인(Protestant)이라고 답한 미국 성인의 비율이 51%였습니다. 가톨릭(Catholic)이란 응답은 23%로 정교회 등을 합친 그리스도인 비율은 77%였습니다. 기독교계 비영리재단이 운영하는 미국 워싱턴 소재 퓨리서치센터의 조사 결과입니다.
센터는 올해 다시 전화 설문을 합산한 결과 이 비율이 급격히 낮아지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개신교인이라는 응답은 43%에 그쳐 과반이 붕괴한 것으로 나옵니다. 가톨릭 역시 10년 만에 20%로 3%포인트 줄어들었습니다.
반면 종교 없음(Religiously unaffiliated)의 비율은 10년 만에 17%에서 26%로 급등했습니다. 특히 미국 기준의 이른바 밀레니얼 세대(1981~96년 출생)에서 종교 없다는 응답이 40%를 기록해 가장 높았습니다. 미국식 X세대(65~80년)의 종교 없음 25%나 베이비부머(46~64년)의 17% 비율보다 월등히 높습니다. 미국도 다음세대에 비상이 걸린 겁니다.
한국의 경우 종교 없음 비율이 이미 절반을 넘었습니다. 2015년 통계청의 인구 총조사에서 종교 없음 비율은 56.1%로 2749만명이나 됐습니다. 당시 사상 처음으로 무종교인 수가 종교 인구를 추월한 것으로 나와 탈종교시대 진입을 알렸습니다. 2015년 인구 총조사에선 개신교가 19.7%로 967만명을 차지해 불교 15.5%(761만명)를 압도했습니다. 개신교에 가톨릭 7.9%(389만명)까지 합칠 경우 그리스도인은 27.6%로 1357만명을 기록해 영향력이 상당함을 입증했습니다.
문제는 역시 그다음입니다. 2015년을 기점으로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과 합동, 한국기독교장로회와 기독교대한감리회 등지에서 매년 교인 수가 수만명씩 줄고 있다고 보고되고 있습니다. 통계상 개신교인이 증가했는데 교회에 교적을 두고 실제로 교회에 출석하는 신자는 줄어드는 현상을 두고 가나안 성도를 떠올립니다. 신앙은 있으나 교회엔 안 나간다는 비율이 2017년 한국교회탐구센터 조사에서 19.2%였습니다. 이를 1000만 기독교인에 대입해 가나안 성도를 200만명으로 추산하고 있는 것입니다. 탈종교사회 도래와 제도권 교회 이탈이란 과제가 숫자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한국교회는 어떻게 응답해야 할까요.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