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을 품은 아이들 <22>] 다섯 식구 모두 장애… “하나님이 보낸 천사 덕분에 희망”

입력 2019-10-25 00:03
박요셉군(왼쪽 두 번째)이 지난 21일 서울 노원구의 집에서 가족들과 손하트를 보이며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오른쪽 첫 번째가 공경희씨. 밀알복지재단 제공

박요셉(8·지적장애)에겐 엄마가 둘이다. 탯줄로 연을 맺은 엄마 김해정(40·지적장애)씨와 가슴으로 연을 맺은 엄마 공경희(59)씨다. 지난 21일 오후 4시 언어치료를 마친 요셉이 아빠 박영복(51·뇌병변장애)씨의 손을 잡고 현관에 들어서자 고요하던 집에 금세 활기가 돌았다.

“엄마~” 하고 외치며 해정씨와 포옹한 요셉이는 이내 변신로봇을 들고 요란한 소릴 내며 경희씨와 한바탕 역할놀이에 빠졌다. 경희씨가 출출해하는 요셉이에게 초콜릿빵을 먹여줄 땐 어미 새가 물어온 먹이를 받아먹는 새끼 새처럼 해맑게 입을 벌렸다. 박씨는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선천성 장애는 요셉이네 가족의 공통분모다. 요셉이보다 두 살 많은 누나도 지적장애가 있고, 두 살 어린 여동생은 발달지연을 보인다. 장애를 갖고 태어났는데도 20대에 들어서야 장애인으로 사는 삶을 시작한 박씨와 김씨는 자신의 유년시절 경험을 답습할 수밖에 없었다. 당장 먹고살기 힘든 생활여건 때문에 어린 자녀의 발달상황을 세밀하게 들여다보지 못했다. 올해 열 살인 첫째 딸도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직전에야 검사를 거쳐 장애등급을 받을 수 있었다.

“그저 말이 조금 느린 줄로만 알았어요. 제가 더 일찍 알아봤어야 했는데…. 그래서 미안해요.”

김씨는 삼남매만 생각하면 미안함에 눈물이 앞선다. 그러면서도 “하나님이 언니를 보내주셔서 이렇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가 말한 언니는 공씨다. 공씨는 7년 전 서울시립뇌성마비복지관에서 자원봉사를 하다가 요셉이네 가족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초기엔 한 달에 두세 번 방문해 가사를 돕고 요셉이가 치료받으러 오가는 길을 안내하는 정도였지만 지금은 삼남매가 ‘엄마’라고 부를 만큼 가족보다 더 가족 같은 존재가 됐다.

요셉이네 가족과 깊은 정을 나누면서 성년후견인 자격증도 취득했다. 공씨는 “처음 요셉이네 집에 왔을 땐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위생상태가 엉망이었고 아이들은 피부질환으로 고생하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해정씨의 언니처럼, 삼남매의 이모처럼 살면서 도움이 될 수 있는 것들을 찾다 보니 성년후견인 제도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공씨의 등장은 요셉이네 가족의 삶을 천천히 변화시켰다. 술에 빠져 살던 박씨는 공씨의 권유로 장애인축구 대표선수 경력을 살려 복지관에서 보치아(중증장애인 재활을 위해 고안된 스포츠) 종목 코치로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무기력하고 우울증에 빠져있던 김씨는 요리와 홈패션을 공부하며 사회적 자립을 꿈꾸고 있다.

하지만 기적처럼 꿈을 이루기엔 현실의 벽이 높다. 고정된 수입 없이 기초생활수급비와 장애수당으로만 살림을 꾸리다 보니 요셉이의 치료비와 임대아파트 월세, 관리비, 생활비 등을 감당하는 것도 벅차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요셉이에게 언어와 운동치료가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료진의 조언이 반가우면서도 걱정스러운 이유다.

삶이 녹록지 않지만, 요셉이네 가족의 가장 큰 행복은 온 가족이 일요일에 함께 예배드리는 것이다. 버스로 18 정거장, 왕복 1시간30분 걸리는 거리지만 비바람이 몰아쳐도 예배를 거르는 법이 없다. 김씨는 “비가 오면 우산을 함께 쓰고 걸으면서 서로 온기를 느낄 수 있어 좋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성경 말씀처럼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며 사는 언니(공씨)와 평생 가족으로 함께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기적을 품은 아이들’ 성금 보내주신 분 (2019년 9월 26일~10월 24일/단위: 원)

△이경복 100만 △허정숙 박희경 인유자 30만 △김병윤(하람산업) 20만 △장경환 12만 △윤정열 전주희 양옥순 주날개교회 10만 △박영신 오풍 박정민 박지희 최혜원 박은혜 이윤순 한영희 조점순 오삼숙 대한예수교장로회알곡 이정희 하늘샘교회 김성수 임은경 정인경 연용제 이윤미 장옥희 5만 △하나님의심부름꾼 무명 전기오 김정숙 사랑 황성열 김덕수 밀알재단 김진수 김인숙(박리분식) 3만 △이윤옥 장영선 신영희 김혜영 2만 △김예신 정슬아 백승우 김명래 1만 △권종선 5000

◇일시후원: KEB하나은행 303-890014-95604 (예금주: 밀알복지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