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일 정부, 진정성 있는 대화로 해법 찾기를

입력 2019-10-25 04:02
대결로 치닫던 한·일 관계에 마침내 작은 진전이 이뤄졌다. 이낙연 국무총리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회담을 통해 “중요한 이웃인 양국 관계의 어려운 상태를 이대로 방치할 수 없다”는 공통된 입장을 내놓았다. 아베 총리는 국가 간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지만 문제 해결을 위한 외교 당국 간 의사소통을 계속하자며 대화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가 전달됐고 아베 총리가 감사를 표하면서 양국 정상의 간접적인 소통도 이뤄졌다. 일본이 수출 규제를 단행한 지 110여일 만에 물꼬가 트인 셈이다. 일본 측은 이 만남을 ‘면담’ 대신 ‘회담’으로 격상해 표기했고, 당초 예정했던 시간을 많이 넘겨 20여분간 진행했다. 아베 총리는 “이럴 때일수록 국민 간 교류, 지역 간 교류가 중요하다”며 한국인의 일본 여행이 급감한 상황을 의식한 듯한 언급도 했다. 일본도 사태의 출구를 찾으려 한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이번 회담이 양국 관계 개선의 실질적 분기점이 되도록 지혜를 모아 대응해야 할 때다. 출구를 향한 길이 제시된 만큼 양국 정부 모두 성의와 진정성을 갖고 적극적으로 대화에 임하기를 기대한다.

한·일 갈등을 초래한 과거사 문제는 법률적 판단이나 금전적 배상이 본질일 수 없다. 그것은 쓰라린 기억의 문제다. 딱딱한 법의 잣대로 그 아픔을 계량할 수 없으며 돈의 액수가 그 상처를 아물게 해주지 못한다. ‘1+1’이니 ‘+α’니 하는 공학적 셈법은 해법을 찾아가는 수단일 뿐 아픔을 보듬는 해법 자체가 되기 어렵다. 피해자와 그 가족과 그들을 연민하는 많은 사람들의 기억을 어루만질 수 있어야 한다. 진정 어린 사과의 의미를 깨달을 때 비로소 본질적인 접근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양국 정부가 앞으로 마주앉을 외교 테이블에서 이 부분이 비중 있게 다뤄지길 바란다. 넉 달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일본의 수출 규제는 한국 경제에 긍정적인 자극도 줬다.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역량을 키우는 광범위한 투자와 구조개편이 추진되고 있다. 오랜 세월 말만 했을 뿐 실천하지 못했던 일이 궤도에 올랐다. 이는 단순한 소재 국산화를 넘어 핵심 산업, 미래 산업의 경쟁력과 직결돼 있다. 양국 관계의 향배와 무관하게 중단 없이 계속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