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정비법에 대한 개선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용산 한남3구역 수주전이 과열되면서 건설사들의 불법홍보 의심사례가 속출하지만 강건너 불구경이다. 위법이라 볼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모호하기 때문이다. 또 건설사와 조합원의 이같은 줄다리기는 분양가를 높이기 위한 둘의 ‘큰 그림’이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GS건설, 현대건설, 대림산업은 한남3재정비촉진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조합에 제출한 제안서에는 파격조건들이 대거 포함됐다.
특히 GS건설은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면 일반 분양가를 3.3㎡당 7200만원까지 보장하겠다는 내용을 포함 ▲상업시설 분양가 주변 시세 110% 보장 ▲조합 사업비 전액 무이자 등의 내용을 담았다. 또 앞서 기자간담회를 열기도 했으며 유튜브 홍보영상을 송출하기도 했다.
최근 조합원들 사이에선 출처가 불분명한 상호비방용 전단지가 돌고도 있다. 전단지에는 ‘재건축 사기극 현대건설! 묻지마 수주 대림산업!’ ‘GS건설이 주장하는 순부채비율의 진실’이라며 다른 건설사를 비방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문제는 건설사들의 이같은 홍보가 위법으로 볼 소지가 있다는 것. 용산구는 현재 관련 보고서를 서울시와 국토부에 제출하고 수사를 의뢰했다. 국토교통부는 입찰에 참여한 3개 건설사의 제안서가 확보되는 대로 위법 소지가 있는지 검토해 과태료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이다. 상호비방 전단지 수사의 초점은 조합원에게 돌아간 비방용 전단지에 대한 배포 주체를 찾아내는 일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전단지를 세대에 직접 방문해 나눠줬는지도 중점 조사 사항이다.
실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르면 ‘시공사 선정에 따른 계약 체결과 관련 금품, 향응 또는 이밖의 재산상 이익을 제공받거나(또는 하거나) 제공의사를 표시·약속·승낙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또 같은 법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에서도 ‘시공사는 입찰 참여자 간 합동설명회가 이뤄지기 전에 개별적으로 홍보책자를 배부하거나 조합원 세대에 방문해선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한 시공사 홍보도 금지다.
다만 일련의 사건들이 위법임이 밝혀지더라도 처벌 및 규제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상호비방 차단법에 대해 강구중이고, 비방 주체를 대상으로 구두 경고도 하고 있다”면서도 “수사를 통해 개별홍보를 한 사람이 발견돼도 처벌 등은 어렵다. 조합원이 ‘나는 어느 건설사가 좋다’라고 말하는 것과 전단지를 만들어 뿌리는 행위를 두고 위법 기준을 나누긴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명백한 범죄행위가 아니라 행정규칙 위반 사례이기 때문에 경찰도 수사의뢰를 쉽게 받아주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건설사 입장에선 두려울 게 없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업계에선 이미 사전홍보가 아니냐는 얘기가 돌았다”며 “반포주공1단지 때도 위법으로 걸릴까봐 관계사들이 긴장했었다. 아무런 정부의 조치가 없자 관계사들은 다행이라고 여겼다”고 말했다. 이어 “기자간담회도 당초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게 아니기 때문에, 이로 인해 보도된 기사를 건설사 홍보라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해당 건설사들도 당당하다. GS건설 관계자는 “국토부와 서울시 점검에 성실히 응대하고 소명하겠다”는 답을 내놓았다. 현대건설 관계자도 전단지 유포 등에 관해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답했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조사가 본격화 되고 그에 따른 지적 사항이 있으면 답변이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같은 홍보는 결국 건설사와 조합원이 분양가를 높이기 위한 ‘큰 그림’이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수주혈전과 불법홍보를 핑계로 사업성을 높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결국 이 모든 행위는 건설사와 조합원이 돈을 벌기 위함”이라며 “건설사들의 파격조건 등은 분양가 상승에 가중될 수 있다. 하다못해 전단지나 사람 쓰는 행위도 사업비로 충당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시정비법 전면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새어나오는 이유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도시정비관련 법이 과거 학동재개발 때 나온 걸 짜깁기하는 식에 그치고 있다.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도시와경제 송승현 대표도 “건설사들의 홍보마케팅비 사용에 제약을 두긴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건축비 등 사업적인 부분에 제약을 걸어 일반 소비자들에게 고분양가로 전가되는 상황은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안세진 쿠키뉴스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