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24일 면담을 앞두고 “일정한 정도의 결과가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게이오대 학생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과거처럼 이번에도 대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대표로 나루히토 일왕 즉위식 참석차 방일 중인 이 총리는 23일 오후 도쿄 주일 한국대사관 한국문화원에서 예정에 없던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특히 이 총리는 아베 총리와의 회담 전망을 묻는 질문에 “내일 가봐야 알겠지만 일정한 정도의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전날 일왕이 주최한 궁정연회에 대해선 “아베 총리가 ‘모레 만납시다’라고 했고 나는 ‘모레 잘 부탁합니다’라고 답했다”고 소개했다. 다만 이 총리는 ‘일정한 정도의 결과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구체적 진전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했다.
이 총리는 24일 오전 11시 아베 총리와 면담을 가질 예정이다. 면담 때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도 전달한다.
방일 첫날까지만 해도 방일 결과에 대한 이 총리의 입장은 신중했다. 전날 밤 궁정연회 참석 직후 이 총리는 “상황이 어떤지 이미 다 알고 왔는데, 드라마틱하게 말 몇 마디로 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최대한 대화가 더 촉진되도록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아베 총리와의 구체적인 이야기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지일파인 이 총리가 이번에 일본 정·재계 인사들뿐 아니라 시민들과 거침없이 소통하며 양국 간 대화 재개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일본 측 태도를 변화시킨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한·일 정상이 다음 달 태국에서 정상회담을 갖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 섞인 관측도 제기된다. 아베 총리가 친서에 담긴 문 대통령 제안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경우 양국 갈등은 전환점을 맞을 수 있다.
이 총리는 이날 밤 아베 총리 내외가 주최한 만찬에 참석, 두 번째 만남을 가졌다.
이 총리는 앞서 오전에는 자민당 중진이자 ‘지한파’ 의원인 누카가 후쿠시로 한일의원연맹 회장과 가와무라 다케오 한일의원연맹 간사장과 비공개 조찬 회동을 했다. 오후에는 자민당과 연립정권을 이루고 있는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 당대표, 에다노 유키오 입헌민주당 대표, 모리 요시로 전 일본 총리 등을 만났다. 아베 총리와의 면담을 하루 앞두고 전후방에서 자신을 지원해 줄 든든한 우군을 만든 셈이다.
이 총리는 게이오대 법학부 재학생들과 만난 자리에서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히며 “과거처럼 이번에도 대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의 반응은 여전히 우호적이지 않다.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은 한국 정부에 강제징용 문제를 시정하라는 요구를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총리와 아베 총리의 면담을 하루 앞둔 이날 모테기 외무상은 중의원 외무위원회에서 “한국이 중요한 이웃 나라인 것은 틀림이 없다”면서도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해) 한시라도 빨리 국제법 위반 상태를 시정하도록 강하게 계속 요구해 갈 것”이라며 밝혔다.
도쿄=손재호 기자, 장지영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