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문제’도 변수 안돼… 조 전 장관 결부 혐의 다수 소환 불가피

입력 2019-10-24 04:01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23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많은 기자들이 정 교수를 촬영하고 있다. 정 교수는 법원에서 검찰 조사 때와 마찬가지로 자신에게 적용된 대부분 혐의를 부인했다. 연합뉴스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24일 구속은 지난 8월 27일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고형곤)가 부산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가족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 등을 일제히 압수수색하며 수사에 착수한 지 58일 만이다.

정 교수는 전날인 23일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도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하고 ‘가족에 대한 학살’이라는 주장까지 펼쳤지만 구속을 면하지 못했다. 영장전담재판부가 정 교수의 범죄 혐의가 어느 정도 입증됐다고 인정하면서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정 교수 측이 한결같이 강조해온 ‘건강 문제’도 결국 변수가 되지 못했다.

검찰 수사는 정 교수의 배우자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향할 전망이다. 구속영장 청구서에 적힌 정 교수의 혐의 11개 가운데에는 조 전 장관과 결부된 것이 적어도 4개였다. 검찰 관계자는 “공직자윤리법위반 혐의 등은 ‘다툼의 여지’를 고려해 애초 영장 청구서에 담지도 않았었다”고 했다. 결국 조 전 장관이 검찰청에 나와 답변해야 할 부분이 다수라는 얘기다.

정 교수가 검찰 수사를 전후해 자신의 흔적을 지우려 애쓴 일은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결정을 낳았고, 법원도 검찰의 판단에 동의했다. 검찰은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와 수사 착수를 전후해 정 교수의 여러 증거인멸 정황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법원도 “수사경과에 비춰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고 영장 발부 사유를 적시했다.

정 교수 부부 의혹의 시작은 재산 총액을 뛰어넘는 ‘가족 사모펀드’였다. 조 전 장관의 인사청문회 자료로 공개된 재산 내역 속에서 정 교수와 두 자녀가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의 사모펀드에 74억5500만원을 출자 약정한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의아한 투자였지만 조 전 장관 측은 “주식은 안 되지만 펀드는 된다”는 입장으로 대응했다. 펀드가 손실을 봤다는 설명을 곁들였다.

검찰 수사 착수 이후 이 사모펀드의 실질 대표는 주식 전문가로 활동해온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 조모씨로 드러났다. 도피성 출국을 했던 조씨의 계좌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정 교수와의 금전 거래가 포착된 것은 검찰 수사의 큰 전환점이었다. 조씨는 코링크PE의 설립 자본금 일부가 정 교수로부터 왔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정 교수 구속영장 청구서에 11개 혐의를 적시하면서 자본시장법 위반(미공개정보이용), 범죄수익은닉규제법위반 혐의를 포함시켰다. 이는 지난 3일 구속 기소된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 조씨의 공소장에는 없는 혐의다. 검찰은 정 교수가 주가조작에 관여해 수익을 내고, 이를 감춘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의 정 교수 남동생 자택 압수수색 때 12만주의 WFM 실물주권이 발견된 것은 결정적이었다. 이 주식의 실제 보유자는 정 교수인 것으로 조사됐고, 이는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이어졌다. 검찰은 차명으로 보관된 정 교수의 주식이 결국 자본시장법상 금지된 미공개정보를 활용한 범죄수익이라고 보고 있다. 검찰은 이 주식이 조 전 장관의 공직자재산으로 신고되지 않았다는 점을 공직자윤리법 위반 혐의로 보고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정 교수와 조 전 장관은 국민적 공분으로 비화한 자녀 입시비리 문제에도 중심에 서 있었다. 지난 8월 ‘제1저자 의학논문’이 폭로된 직후 조 전 장관은 “딸의 부정입학 의혹은 ‘가짜뉴스’”라고 강변했다. 하지만 이후 드러난 것은 정 교수의 동양대 표창장 위조 사실이었다. 최성해 동양대 총장이 표창장의 존재 자체를 허위라고 진술한 가운데 정 교수는 끝내 검찰에 원본을 제출하지 못했다. 정 교수 딸에게 허위 인턴증명서를 만들어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기술정책연구소장은 최근 보직해임됐다. 그는 정 교수의 초등학교 동창이었다. 검찰은 “입시제도와 공정성과 객관성에 대한 국민 신뢰를 무너뜨렸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경원 허경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