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될 일왕 후계 논의… 여왕 탄생 가능할까

입력 2019-10-24 04:02

나루히토 일왕(59)의 즉위 선포식이 끝나면서 후계 논의가 본격 시작될 전망이다. 마이니치신문은 일본 정부가 안정적인 왕위 계승 방안에 대한 논의를 재개할 방침이라고 23일 전했다. 다만 일본 정부가 여왕 및 모계를 통해 왕위에 오르는 여계(女系) 왕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않을 방침이어서 나루히토 일왕의 외동딸 아이코 공주의 승계는 쉽지 않아 보인다.

1947년 만들어진 일본 왕실전범의 왕위 계승 조항은 제국주의 시절인 1889년 메이지 일왕 때 만들어진 구 황실전범을 그대로 가져와 남성만 왕위를 계승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에 따르면 현재 왕족 18명 가운데 왕위 계승이 가능한 인물은 일왕의 동생 후미히토 왕자(53), 후미히토의 아들인 히사히토 왕자(13), 일왕의 작은아버지 마사히토 왕자(83)까지 3명이다. 내년 4월 27일엔 후미히토 왕자가 왕위계승 1순위 왕세제(皇嗣)가 됐음을 알리는 행사가 예정돼 있다.

구 황실전범을 만들 때만 하더라도 4대까지 왕족으로 인정됐다. 하지만 2차대전 패전 후 왕실전범을 만들면서 왕족의 범위를 2대로 좁혔고 결혼하는 공주는 왕적에서 이탈되도록 규정했다. 이런 상황에서 자식이 없거나 딸을 낳은 경우가 많아 왕족의 수는 크게 줄었다.

이에 따라 일본에서는 안정적인 왕위 계승을 위한 방안들이 검토돼 왔다. 여성 왕족이 결혼 후에도 왕족 신분을 유지하게 하거나 여성 일왕 및 여계 계승을 용인하자는 보고서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보수파가 반발한데다 2006년 히사히토 왕자가 태어나면서 이런 논의가 보류됐다.

보수파를 지지기반으로 하는 아베 내각은 ‘여왕 및 여계 계승’에 부정적이다. 안정적인 왕위 계승 방안 논의도 히사히토 왕자에게 왕위가 계승된 이후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라고 마이니치신문은 전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도 지난 21일 기자회견에서 “(아버지로부터 왕실 혈통을 물려받는) 남계 계승이 유지되어 온 것을 감안해, 신중하고 정중하게 검토를 실시할 필요가 있다”며 여왕과 여계 왕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역대 일왕 가운데 여왕은 10대에 걸쳐 8명(2명은 중임)이 있었다. 이들은 모두 아버지로부터 왕실 혈통을 물려받았고, 상황에 따라 중임을 하기도 했지만 여왕의 자손이 왕이 되지는 못했다.

여성의 왕위 승계에 대한 내각과 보수세력의 저항감과 달리 일본 국민 여론은 호의적이다. NHK가 지난달 28∼29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여왕에 찬성한다는 의견이 74%에 달했다. 여계 왕에 대해서도 찬성 의견이 71%였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