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핵을 절대 포기하지 말라는 아버지 유훈 받았다”

입력 2019-10-24 04:0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백악관 각료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11차례나 전화를 걸었지만 통화를 하지 못했다”며 “하지만 김 위원장은 내 전화는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AP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에서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으로부터 핵을 절대 포기하지 말라는 유훈을 받았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이 대외적으로 비핵화가 선대 유훈이었다며 북·미 협상 명분으로 삼아왔던 것과 비교하면 온도차가 있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대화에 나서지 않은 것을 두고 ‘바보(stupid)’라고 비난했다고 한다.

워싱턴타임스는 작가 더그 위드의 11월 출간 예정작 ‘트럼프의 백악관 안에서(Inside Trump’s White House)’의 요약본을 입수해 그 내용을 22일(현지시간) 공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제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은 위드에게 “김 위원장의 친서를 보면 그가 트럼프 대통령과 친구가 되고 싶어함을 알 수 있다”면서 “그의 아버지(김정일 위원장)는 핵이 유일한 안전장치이기 때문에 절대로 핵무기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고 한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이 내용과 달리 김 위원장은 지난해 3월 우리 정부의 대북 특사단과 만난 자리에서 “비핵화는 선대의 유훈이라는 건 변함이 없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발언이 나온 지 3개월 만인 지난해 6월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역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에서 마주 앉는다. 쿠슈너 고문은 김 위원장에게 핵무기는 “아버지와 관련된 것(It’s a father thing)”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새로운 아버지상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이것은 쉽지 않은 전환”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을 미국 관리들이 ‘인질(hostage)’이라고 부르는 것도 싫어했다고 한다. 위드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독대한 자리에서 “그 말(인질)을 쓰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도 대북 외교성과를 과시할 때마다 ‘인질’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 직후 오바마 전 대통령을 만나 북한 문제를 논의한 내용도 일부 공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위드와의 인터뷰에서 “사실 오바마는 내게 ‘당신 재임 중에 북한과 전쟁을 벌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오바마에게 ‘대통령 각하, 김 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봤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그렇지 않다. 그는 독재자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 한 마디로 모든 게 설명됐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대화를 기억하면서 오바마 전 대통령을 ‘바보’라고 혹평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각료회의에서는 “오바마 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11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김 위원장은 받지 않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워싱턴포스트(WP)는 팩트체크 기사를 통해 “오바마 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전화통화를 시도했다는 증거는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 5일 스톡홀름 북·미 실무협상 결렬 직후 ‘2주 뒤 협상 재개’를 제안했던 스웨덴 정부가 북·미 양국을 협상테이블에 다시 초대하겠다고 밝혔다. 켄트 해슈테트 스웨덴 외교부 한반도특사는 23일 주한스웨덴대사관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양국이 스톡홀름에서 실무협상을 재개할 수 있게끔 다시 초청장을 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양국으로부터 협상을 중단하겠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조성은 이상헌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