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의 맞벌이로 오빠와 나는 외할머니 손에서 자랐다. 오빠는 자기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입에 담지 못할 욕을 하며 심하게 때렸다. 오빠만 최고로 여기는 할머니는 어떤 폭력에도 모른 척했고 나는 투명인간으로 살았다. 그뿐 아니다. 오빠는 시간만 나면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총싸움을 했다. 그런데 꼭 나를 데려가서 총알받이와 비비탄을 주워 담는 일을 시켰다. 혼자 놀고 있을 때는 ‘목표물 발견!’ 하며 친구들과 나를 맞추기 대결을 하기도 했다.
폭력적인 오빠, 맞벌이 부모님, 편애하는 할머니. 내게 집은 더 이상 따뜻한 보금자리가 아니었다. 사랑에 굶주린 나는 모든 용돈을 투자하며 친구들에게 집착했다. 공부도 열심히 해서 친구들, 부모님, 선생님들께 신뢰받기 시작했고 초등학교 4학년부터 중3까지 학급회장을 도맡았다. 모든 행동은 사랑을 받기 위한 수단이었다. 중학교를 마치고 캐나다로 유학을 갔다.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친구들에 대한 집착은 강해졌다. “너 어디야?” “누구랑 있는데?” 하며 매일 친한 친구에게 전화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점점 멀어지며 깊은 절망에 빠졌다.
귀국 후 검정고시를 보고 6개월 정도 준비해 대학교에 진학했다. 사랑에 굶주렸던 나는 바로 남자친구를 사귀었다. 그에게 모든 정성을 쏟았지만 나 몰래 같은 동아리 후배와 만나고 있어 이별을 선언하고 마지막으로 만났다. “왜 그랬어?” 했더니 “넌 내가 무슨 짓을 해도 떠나지 않을 것 같았어. 너는 결혼할 때 만났어야 했는데. 미안해.” 했다. 인간에 대한 불신으로 간절하게 하나님을 찾을 때 엄청난 사건이 닥쳤다. 한 몸처럼 언제나 기대며 살았던 옆집 동갑내기 친척이 지병으로 스물세 살에 천국으로 떠난 것이다. ‘아! 죽으면 모든 것이 끝이구나.’ 믿음도, 신뢰도, 희망도 잃은 나는 ‘하나님! 저도 데려가 주세요’라고 기도했다.
만신창이가 돼 희망 없이 살던 어느 날. 어학연수로 캐나다에 간 오빠가 “아현아! 너는 보이지 않는 하나님, 천국, 지옥을 어떻게 믿어? 2000년 전에 살았던 청년 예수가 하나님이라는 것이 넌 믿어져?” 하며 전화했다. 모태신앙이었지만 대답할 수 없는 내게 “하나님께서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누구나 믿을 수 있는 증거를 주고 가셨어. 그게 바로 예수님의 부활이야”라고 했다. ‘뭘 잘못 먹었나?’ 오빠가 너무 당황스러웠다. 매일 전화를 한 오빠는 내게 끊임없이 ‘부활’을 전했다. 그것이 너무 지겨워 무서워서 말도 못 붙이던 오빠에게 조심스럽게 짜증을 냈는데 가만히 있었다. 그때부터 반격이 시작돼 3년간 오빠를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며 핍박했다. 그런데 폭력적이고 제멋대로였던 오빠는 없고 끊임없이 예수님만 이야기했다.
하늘이 무너져도 절대 변하지 않을 오빠가 예수님 얘기에 눈물을 흘리고 전화할 때마다 사랑한다는 말을 하니 굳게 닫혀있던 내 마음 문이 열렸고, 온 가족이 한마음 여름 수련회에 참석했다. ‘예수님의 부활은 역사다’라는 사실은 나를 뒤집었다. 제자들을 통해, 많은 역사 서적을 통해 그 말도 안 되는 부활 사건이 내게 실제가 됐다. “하나님, 하나님은 내가 무슨 짓을 해도 나를 떠나지 않지요? 세상사랑 좀 즐기다가 죽기 전에 만나면 되는 거 아니에요? 때가 되면 제가 알아서 갈게요.” 하면서 세상과 간음했던 악랄한 내 모습이 보였다. 내가 주인 돼 예수님의 마음을 짓밟았던 모습을 회개하고 예수님을 나의 주인으로 영접했다.
예수님과의 본격적 동행이 시작됐다. 할머니에 대한 원망이 사랑으로 바뀌며 예수님을 전했고, 친구들에게 복음을 전해 작은 교회가 세워져 매주 예배를 드리는 놀라운 일도 일어났다. 폭력을 일삼던 오빠와는 완벽한 동역자가 됐다. 이 땅에서의 남매일 뿐 아니라 예수님이 머리 되신 진짜 영원한 가족이 된 것이다. 사랑에 집착하다가 헌신짝처럼 버려졌던 내 마음을 채울 수 있었던 것은 하나님의 사랑뿐이었다. 원수도 사랑할 수 있는 진짜 사랑으로 주님 만나는 그날까지 생명 다해 그 사랑을 전하는 삶을 살아갈 것이다.
조아현 청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