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 지 10년이 됐다. 가족보다 회사일이 먼저였던 남편이 어느 날 병원에 갔다가 축 처져 들어왔다. “나 혈액암. 백혈병!” “뭐? 당신이?”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회사 사장이신 외삼촌께 전화하고 대학병원으로 옮겼다. 한마음교회에 다니는 외삼촌이 ‘하나님이 예수님의 자녀가 되게 하려고 하시는 것’이라고 말씀하셨을 때 이상하게 내 마음이 편안해졌다. 죽음에 직면한 절박한 상황 앞에 나도 하나님의 뜻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부모님, 어린 아들, 생계 등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지 암담했다. 그때 암을 이기며 기쁘게 살아가는 교회의 예쁜 언니가 찾아왔다. 언니에게 예수님을 만난 이야기를 듣는 도중 ‘아! 이 언니가 우리를 예수님께 인도해주시는구나’는 생각이 들었다. 언니는 부활책자를 주고 갔다. ‘예수님은 성경대로 우리 죄를 위해 죽고 사흘 만에 부활하셨고 그 부활을 통해 하나님이라는 것을 증명’하셨는데 부활하신 예수님이 바로 나의 주인이라는 것이다. 부활의 말씀에 감탄할 때 ‘볼지어다. 내가 문밖에 서서 두드리노니 누구든지 내 음성을 듣고 문을 열면 내가 그에게로 들어가 그로 더불어 먹고 그는 나로 더불어 먹으리라’는 요한계시록 말씀이 눈에 확 들어왔다. ‘누구든지’에 나도 포함돼 있음이 너무 감사했다. 예수님의 참 마음이 보이며 37년을 예수님을 밀어내고 내가 주인 돼 세상과 짝하며 살아온 죄가 선명히 보였다.
‘예수님이 주인이신데 내가 주인 돼 살아왔구나!’ 남편에 대한 걱정의 눈물이 회개의 눈물로 바뀌며 예수님을 믿지 않고 내가 주인 돼 살아온 죄를 회개하고 예수님을 마음의 주인으로 영접했다. 교회에 대해 부정적이었던 남편도 말씀을 듣고 하루하루 달라지더니 예수님을 마음의 주인으로 맞아들였다. ‘두려워 말라. 내가 너와 함께한다.’ ‘너희 염려를 다 주께 맡겨 버리라’는 말씀을 잡고 남편은 생각보다 일찍 퇴원하고 바로 작은 교회 예배에 참석했다. 감염되면 절대 안 되는 상황이었지만 남편은 며칠 후 한마음교회로 향했다.
예배를 마치고 남편과 아들과 함께 집으로 돌아올 때는 예수님 품 안에 우리 가족이 꼭 안겨있는 것 같았다. 남편은 타인의 조혈모세포 이식을 해야 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등록된 유전자가 같은 사람은 단 한 명이라는 것이다. 갑자기 마음이 무너지며 염려가 온몸을 휘감았다. 그런 나를 본 남편은 “난 괜찮아. 난 다시 산 사람이라 두려울 것이 없어. 병보다 마음이 치유된 사람이야. 당신은 마음의 중심이 예수님이 아니라 내 병인 것 같아. 내 병 때문에 힘들어하지 마. 당신은 부활을 잡은 거야? 내 병을 잡은 거야?”
뜨거운 눈물이 마구 쏟아졌다. ‘죄송합니다. 그런 마음인 줄도 모르고 예수님을 믿는다고 입으로 중얼거렸습니다. 내 마음의 중심은 부활하신 예수님이십니다.’ 남편 병을 잡고 있던 나는 하나님의 말씀을 다시 잡고 염려의 올가미에서 해방됐다. 남편과 함께 예수님을 영접하고 동역자가 된 것이 너무나 감사했다. 남편은 “당신 나 만나서 복 받은 줄 알아. 나 만나서 예수님 만났잖아”라고 했다. 정말 내 인생은 대박이 난 것이다. 남편이 내게 준 결혼 10주년 선물은 백혈병이었지만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내 인생에 가장 소중한 선물이었다.
국내 한 명인 분도 유전자가 일치하지 않아 이식할 수 없었고, 외국에 찾아도 없어 결국 유전자가 절반만 맞는 아들의 조혈모세포를 이식했다. 그러나 병은 나아지지 않은 채 투병하다가 발병한 지 1년 8개월 만에 40세에 하나님 품으로 갔다. 남편의 죽음은 예수님을 주인으로 믿는 공동체에 새로운 소망과 가족에게 큰 소망을 남겼다.
어린 아들과 둘이 남은 삶이 쉽지는 않지만 남편 대신 하나님이 동행하고 있어 매일 천국의 삶을 산다. 오늘도 남편이 남긴 명언 같은 말을 생각하며 새 힘을 얻는다.
정애숙 성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