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천규] 동물원, 야생동물의 건강한 쉼터로 바꾸자

입력 2019-10-24 04:02

우리나라에 동물원이 처음 도입된 시기는 1909년이다. 어느새 100년이 넘는 역사를 맞고 있지만 관리체계에는 아직 부족한 면이 많다. 그간 동물원은 박물관의 전시시설로 분류되다가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이 2016년 5월에 제정되면서 행정기관의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관리를 받기 시작했다.

지난해 9월에는 대전 오월드 동물원에서 퓨마가 탈출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탈출한 퓨마는 국민의 안전이 더 중요하기에 안타깝지만 희생될 수밖에 없었다. 당시 제2의 퓨마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동물원을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크게 제기됐다. 그러나 동물원은 전시 교육, 종(種) 보전기관 등 순기능도 있는 만큼 전문가를 중심으로 폐지보다는 동물원의 사육환경을 개선해 존속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환경부는 동물복지와 생태교육의 공간으로서 동물원 수준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방안을 검토해 왔다. 기존 동물원 관리방식으로는 동물의 사육환경을 개선하고 종 보전 등 동물원의 공공 기능을 증진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또 동물복지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문가, 동물보호단체들을 중심으로 동물원의 사육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인식변화에 발맞춰 정부는 동물권이 중심이 되는 생태지향적 공간으로 동물원 관리제도를 혁신할 계획이다. 환경부는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최초로 수립되는 5년 단위 계획인 ‘동물원 관리 종합계획’을 수립 중이다. 이 계획에는 동물원 운영에 필요한 행정적·재정적·기술적 지원방안 등이 종합적으로 반영될 예정이다. 동물원에 대해 전문성을 갖춘 자가 시설·사육환경을 검사하도록 하는 검사관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지난 6월에는 동물원 동물관리위원회가 구성됐다. 이 위원회는 사육환경 개선을 포함한 전반적인 동물원의 수준 향상을 이끄는 역할을 맡는다. 국회에서도 동물원 운영을 위한 등록제를 허가제로 전환하고 재정지원을 확대하는 등 사육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법안이 발의됐다.

동물도 인간과 동등한 생명권을 가진 생명체로서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 동물원은 더 이상 인간의 여가와 오락을 위한 놀이공원이 아니라 지구 생태계의 소중한 일부로서 인간과 소통·교감하고 보호받는 공간이어야 한다.

박천규 환경부 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