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아트리움호텔에서 한국 교회 대표들을 만난 독일교회 대표들의 표정은 밝았다. 한국교회와 45년 동안 나눴던 우정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지난달 28일 열린 복음선교연대(EMS·Evangelical Mission in Solidarity)와 한국교회의 반세기 가까운 교류를 기념하는 자리에서는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EMS는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총회와 각각 45년 및 40년 동안 동반자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EMS는 독일 서남부의 바덴·팔츠·뷔르템베르크주 등 5개주 교회의 선교부를 통합해 만든 해외연합선교회로 원래 이름은 ‘독일 서남부 복음주의 선교회’였다. 국가교회인 독일은 주마다 ‘주 교회’가 있다. 이들 5개 교회는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장로교와 스위스 개혁교회의 영향을 받아 루터교와 개혁교회 전통이 섞여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런 공감대가 연합선교회 설립을 가능하게 했다.
2012년 제3세계 교회들의 요청을 수용한 EMS는 복음선교연대로 이름을 바꾸고 전 세계 교회대표들이 이사로 참여하는 글로벌 선교단체로 체질을 개선했다. 독일교회의 전유물이던 단체가 세계교회의 공공재가 된 것이다. 이때부터 공용어도 독일어에서 영어로 바꿨다.
단순히 교류만 하던 기장과 예장통합 총회가 이사를 파송한 것도 이때부터였다. 일본기독교단과 남인도·북인도교회 등도 회원권을 가졌다. 독일과 유럽교회를 비롯해 전 세계 39개 교회가 회원이다.
기장은 1974년부터 EMS와 교류했다. 기장과 EMS는 슈투트가르트 협의회를 열어 협력을 위한 청사진을 그렸다. 박종화 경동교회 원로목사가 첫 협력사역자로 EMS에 파송됐다.
예장통합은 5년 뒤인 79년부터 EMS와 교류를 시작했다. 총회는 독일 팔츠 주 교회에 박창빈 전 월드비전 부회장을 파송했다. 박 목사는 2014년 세상을 떠났다. 이후에도 총회는 EMS에 협력사역자를 파송해 현지 한인들을 대상으로 한 목회를 펼쳤다. 인적 교류 외에 EMS는 한국교회의 여러 사업과 여교역자 안식관 건축 등을 지원했다. 민주화운동 과정에는 지지성명도 발표했다.
인적 교류는 여전히 활발하다. EMS와 한국의 교회들은 ‘청년 자원봉사자 프로그램’을 정례화했다. 최근에는 EMS가 자원봉사자를 파송했다. 대학 입학에 앞서 자원봉사에 참여한 에니카 슈메그너(20·여)씨는 지난달 20일 입국해 내년 2월까지 예장통합 총회에서 자원봉사를 한다.
지난달 기념식에서는 동북아평화공동체 건설을 위해 양국 교회가 지혜를 모으자는 제안도 나왔다. 한강희 서울 낙산교회 목사는 “전도서 4장 12절에는 ‘혼자 싸우면 지지만, 둘이 힘을 합하면 적에 맞설 수 있다. 세 겹줄은 쉽게 끊어지지 않는다고 했다”면서 “EMS와 기장, 예장통합이 세 겹줄이 돼 동북아시아에 진정한 평화를 정착시킬 수 있도록 지혜를 모으자”고 말했다.
EMS와 한국교회 사이의 교류 열매는 인도에서 새 생명을 잉태하고 있다. 예장통합 총회는 2005년부터 2015년까지 남인도·북인도교회 총회와 협력해 인도 전역에 650개의 달리트 교회를 지었다. 달리트는 인도 카스트 제도에서 최하층 계급에 속한 사람이다. 이를 위해 교단은 전국 교회와 독지가를 인도교회와 연결했다. 교회가 나서 인도에 교회를 건축한 경우도 있지만, 가족이 헌금해 짓기도 했다. 650개 교회가 650개 사연을 지닌 셈이다.
변창배 예장통합 사무총장은 ‘받은 사랑을 나누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변 총장은 22일 “EMS와의 협력은 기장과 예장통합 총회를 풍성하게 성장시켰다”면서 “받았던 사랑을 나누기 위해 그동안 인도의 최하층 달리트를 위한 교회를 지었다”고 했다. 그는 “다음 달 케냐성공회를 방문해 같은 프로그램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한국 교회는 해외교회와 다양한 교류를 하고 있다. 고립을 피하고 서로의 장점을 배우며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
해외 교회의 역사는 대부분 우리보다 오래됐다. 헝가리개혁교회만 해도 500년 넘는 역사를 가졌다. 교단들은 해외교회와의 협력을 통해 복음의 풍성한 열매를 수확한다. 교회마다 가진 달란트를 나누며 복음의 시너지를 기대하는 것이다.
예장통합은 주요국 교회는 물론이고 바누아트장로교회나 가봉복음교회, 쿠바개혁장로교회 등과도 활발히 교류한다. 기장도 1955년부터 캐나다연합교회와 밀접하게 선교협력을 하고 있다. 이 외에도 인도네시아발리개혁교회 등 전 세계 30개 교회와 교류하고 있다.
에큐메니컬 국제기구와의 협력도 활발하다. 대표적인 곳이 세계교회협의회(WCC)이며 세계개혁교회커뮤니언(WCRC) 아시아기독교협의회(CCA) 세계선교협의회(CWM) 등과 협력해 선교와 봉사의 길을 함께 모색한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