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지난 18일 ‘미국 대사관저 기습 점거’ 사건과 관련해 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과 연관이 있는 시민단체 사무실을 22일 압수수색했다. 해당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압수수색이 진행되는 동안 경찰관에게 멱살을 잡혔다며 욕설을 하고 수색 활동을 저지했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이날 서울 성동구 ‘평화이음’ 사무실에 수사관들을 투입,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대사관저 침입을 이곳에서 미리 계획했는지 등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평화이음은 서울시 산하 비영리민간단체로 2017년 인가를 받은 통일운동단체다. 경찰 관계자는 “행적수사 결과 대사관저 침입이 있던 당일 시위대 일행이 평화이음 사무실에서 출발한 사실이 확인됐다”면서 “대진연의 주소지도 평화이음 사무실과 동일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 10시쯤 평화이음 사무실에 도착했으나 문을 열지 않아 소방 당국의 협조로 25분 뒤 문을 강제개방하고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그러나 이 단체 관계자들의 비협조로 압수수색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건 도착하고서 1시간20분이 지난 뒤였다. 압수수색은 6시간30분에 걸쳐 진행됐다.
대진연이 페이스북에서 생중계한 압수수색 현장 동영상을 보면 평화이음 사무실에 있던 단체 관계자들은 압수수색에 격렬히 항의했다. 이 단체 회원들은 압수수색을 진행한 경찰 중 한 명이 단체 회원의 멱살을 잡았다고 주장하면서 “깡패 XX” “용역 깡패만도 못한 XX” “양아치 XX” 등 고함을 질렀다. 사무실 자리에 앉아서 통화하는 경찰관에게는 자리에서 일어날 것을 요구했다. 사무실 자리배치를 메모 중인 경찰관에게도 메모를 지우라고 했다.
이들은 “멱살 잡은 사람이 사과해야 (압수수색이) 진행될 것 아니냐”면서 “경찰들은 (사무실에서) 빠져라”라고 요구했다. 거센 항의가 이어지자 경찰은 잠시 압수수색을 중단했다가 재개했다. 경찰 관계자는 ‘멱살잡이’ 주장과 관련해 “우리가 파악하기로는 사실무근”이라며 “단체 관계자들이 여기저기서 영상을 찍고 있었는데 그런 일이 가능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