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총리, 의인 이수현 추모비 찾아 한·일 우호 강조

입력 2019-10-23 04:06
이 총리가 즉위식 뒤 도쿄 신주쿠 신오쿠보역에 있는 고 이수현 의인 추모비를 찾아 헌화하는 모습. AP연합뉴스

22일 오후 일본 도쿄 신주쿠 신오쿠보역. 이낙연 국무총리는 말없이 10초가량 고(故) 이수현 의인의 추모비를 응시했다. 추모비 앞에 국화 한 다발을 놓은 그는 두 손을 모은 채 고개를 숙였다. 묵념이 끝난 후에도 한동안 추모비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임시 공휴일을 맞아 가족과 연인, 친구들과 이곳을 찾은 일본 시민들도 숨죽인 채 이 모습을 지켜봤다. NHK방송과 TBS방송, 교도통신 등 일본 현지 언론들도 취재에 열을 올렸다.

이수현(당시 26세)씨는 2001년 1월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신오쿠보역에서 선로에 추락한 일본인을 다른 승객과 함께 구하려다 열차에 치여 세 사람 모두 숨졌다. ‘한국과 일본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싶다’며 1년 전 일본 유학길에 오른 그였다. 당시 일본 언론은 이씨의 의로운 죽음을 대서특필했고 그의 빈소에는 일본 시민의 조문이 줄을 이었다. 이씨의 희생은 양국에서 모두 큰 반향을 일으키며 한·일 우호의 상징이 됐다.

일왕 즉위식 다음 일정으로 추모비를 찾은 데 대해 이 총리는 “인간애는 국경도 넘는다는 것을 두 분의 의인이 실천했다. 그러한 헌신의 마음을 추모하기 위해 왔다”고 답했다. 이 총리는 한·일 우호의 상징과도 같은 이곳에서 한국과 일본의 오랜 우호와 협력의 역사를 강조했다. 이 총리는 “한국과 일본 간 불행한 역사는 50년이 안 된다”며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말처럼 50년도 되지 않는 불행한 역사 때문에 1500년에 걸친 우호와 협력의 역사를 훼손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말했다. 이 총리는 ‘논어’와 천자문 등을 일본에 전달한 백제의 왕인 박사를 오랜 우호·협력의 구체적인 사례로 들었다.

이 총리는 이어 신오쿠보역 인근에 위치한 한인 상가를 방문해 상인들을 격려했다. 이 총리는 핫도그 등을 사먹으며 상인들로부터 한·일 민간 교류와 관련해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청취했다.

도쿄=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