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23일 출석하는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 제도는 1997년 도입됐다. 피의자가 법관 앞에서 불구속 주장을 펼칠 기회를 부여해 무분별한 구속을 막자는 취지였다. 이후 피의자 인권 강조 분위기 속에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건수는 크게 줄었다. 하지만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구속되는 이들의 비중은 꾸준히 80% 안팎을 유지 중이다.
22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구속영장 청구 인원 중 구속된 비중(발부율)은 지난해 81.3%를 기록했다. 구속영장이 청구된 피의자는 5명 가운데 4명 이상이 수감되는 셈이다. 검찰과 경찰이 구속영장을 청구·신청하는 비중은 전체 사건 접수 인원의 1.3% 수준이다. 영장전담 판사의 판단을 거쳐 ‘영어의 몸’이 되는 비중은 전체의 1.2%다.
법원과 검찰은 구속을 곧 유죄 판결이나 처벌로 보긴 어렵다고 한다. 헌법상 피고인은 엄연히 무죄로 추정되며, 형사소송법은 불구속 수사 원칙을 표방하고 있다는 것이다. 안철상 법원행정처장(대법관)도 2017년 인사청문회 당시 “구속은 처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법률적인 원칙일 뿐 구속이 실질적으로는 형벌이라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이 “일반인이 ‘6개월 구금 후 무죄 석방’과 ‘불구속 기소 후 집행유예’ 중 어느 쪽을 원할 것 같으냐”고 묻자 안 대법관은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구속영장 기각은 무죄 판결이 아니지만 법원과 검찰의 갈등을 낳거나 사회적 논란으로 비화하기도 했다. 2006년 대검 중앙수사부는 외환은행 주가조작 혐의 등으로 유회원 전 론스타코리아 대표에 대해 네 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전부 기각됐다. 당시 검찰은 “수사에 인분을 붓는 격”이라고 했고, 법원은 검찰을 향해 “상법 공부를 더 하셔야 한다”고 했다.
최근 서울중앙지검의 사법농단 사건 수사에서도 갈등이 있었다. 검찰이 처음으로 청구한 구속영장은 법원에서 기각됐는데, 법원은 이례적으로 3600자 분량의 사유를 적어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했다. 검찰은 “기각을 위한 기각”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사회적으로 주목받는 유명인의 신병 결정은 영장전담 판사들에 대한 무분별한 비난으로 이어진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영장이 로또 같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한다.
자유한국당 주호영 의원은 지난 1일 국회 본회의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게 “모든 구속영장 기각에 검사가 책임져야 하느냐”고 물었다. 이때 조 전 장관은 “꼭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