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귀 막고 딴짓·야유·손 X자 항의… 연설 끝나자 대통령 악수 거부한 채 퇴장

입력 2019-10-23 04:01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시정연설을 마친 뒤 퇴장하고 있는 야당 의원들을 쫓아가 악수를 청하고 있다. 김지훈 기자

문재인 대통령 시정연설 내내 자유한국당은 야유로 일관했다.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대목에서는 손으로 ‘엑스(X)자’를 그리며 집단 항의하기도 했다. 연설이 끝난 뒤 문 대통령이 악수를 건네기 위해 한국당 의원들을 쫓아갔지만 대부분이 등을 돌리며 빠져나갔고, 나경원 원내대표 등 일부만 남아 악수에 응했다.

문 대통령이 22일 시정연설을 위해 본회의장에 입장하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기립박수로 맞이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박수 없이 기립만 했다. 33분간 진행된 연설에서 민주당은 28차례 박수를 보냈다. 첫 박수는 소재·부품·장비산업의 국산화가 성과를 거뒀다고 말하는 대목에서 나왔다.

반면 한국당 의원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은 대부분 박수를 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대한민국 재정은 매우 건전하다”고 하자 한국당쪽 의석이 처음으로 술렁거렸다. “일자리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문 대통령 말에 “에이~”라며 노골적인 야유가 터져 나왔다.

문 대통령이 연설 중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 처리를 촉구하자 손으로 엑스(X)자를 그리고 있는 한국당 의원들. 김지훈 기자

한국당의 반발은 문 대통령이 ‘공정’의 가치를 말하면서 더욱 고조됐다. “공정과 개혁에 대한 국민 열망을 다시 한 번 절감했다”는 발언에 한국당쪽 의석에서는 “사과하세요!” “조국 조국!” 등의 고성이 터져 나왔다. 문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 통과를 위한 국회의 노력을 당부할 때 야유는 극에 달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공수처’란 단어가 나오자마자 손으로 엑스자를 그리며 항의했다. 연설 말미에 “정치는 항상 국민을 두려워한다고 믿는다”고 하자 한 한국당 의원이 “거짓말하지 마세요”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연설할 때 송언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귀를 막고 있다. 김지훈 기자

연설을 마치자마자 문 대통령이 연단에서 내려와 한국당 의석 쪽으로 다가갔지만 의원들은 못 본 체하며 줄줄이 본회의장을 빠져나갔다. 문 대통령은 수초간 머쓱한 표정으로 한국당 의원들의 등을 바라보며 서 있다가 의원들을 쫓아가 손을 내밀었다.

연설에 앞서 여야 5당 대표와 가진 사전환담회에서 대표들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를 거론하자 문 대통령은 “워낙 전천후로 비난들을 하셔서…”라며 웃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