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난타전’을 벌이는 미국과 중국의 제조업 지표가 되살아나고 있다. 두 달 연속으로 상승 흐름을 만들었다. 덩달아 글로벌 제조업 지표도 오름세를 탔다. ‘숫자’가 좋아지자 글로벌 제조업 경기가 바닥을 치고 반등한다는 진단까지 나오고 있다. 시장에선 기대감도 커진다. 과연 글로벌 제조업 경기는 둔화를 딛고 일어서는 중일까.
전문가들은 ‘롤러코스터’라고 답한다. 불확실성이라는 롤러코스터를 타고 글로벌 경기가 오르락내리락한다는 진단이다. 미·중 무역전쟁,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같은 불확실성이 사라지지 않는 한 경기를 낙관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따라붙는다.
글로벌 제조업 지표는 최근 묘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IHS마켓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1.1로 최근 5개월 내 최고치를 찍었다. 지난 7월 저점까지 떨어진 뒤 8월(50.3)부터 오름세를 탔다. 크리스 윌리엄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3분기 말 미국 제조업이 소폭 강해졌다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제조업 PMI는 제조기업의 구매 담당자에게 향후 경기 전망을 설문해 지수화한 것으로 시장의 심리를 반영한다. 지수가 50보다 낮으면 경기 전망에 부정적인 기업이 긍정적인 기업보다 많음을 의미한다.
미국뿐만 아니다. 미국과 무역전쟁을 치르는 중국에서도 제조업 지표의 반등이 나타났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달 제조업 PMI를 49.8로 발표했다. 시장의 예상치(49.6)를 웃도는 숫자다. 생산지수는 2개월 연속 올랐고, 신규수주(50.4)는 지난 4월 이래 처음으로 50을 넘어섰다. 박인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2일 “중국의 9월 산업생산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중국 경기를 과도하게 우려할 필요가 없어졌다”고 진단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금리 인하나 재정 확대 같은 경기부양 신호(시그널)로 제조업 심리 지표가 상승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두 강대국의 지표 상승에 힘입어 글로벌 지표도 날개를 폈다. 글로벌 제조업 PMI는 지난 7월을 저점으로 삼아 2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달 신규수주는 늘고 재고는 감소했다.
다만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은 사정이 달랐다. 영국의 지난달 제조업 PMI는 48.3으로 전월(47.4)보다 소폭 뛰었다. 반면 유럽 경제의 핵심 축인 독일은 41.7로 2009년 6월 이후 10년3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탈리아(47.8)와 스페인(47.7)은 50을 밑돌았다. 프랑스는 50.1로 기준선 50에 간신히 턱걸이했다.
제조업 지표의 반등, 국가별 혼조세는 무얼 의미할까. 전문가들은 ‘불확실성’을 지목한다. 미·중 ‘미니딜(부분 협상)’이 진행되고, ‘노 딜(조건 없는) 브렉시트’ 우려가 줄어들면서 제조업 심리가 소폭 개선됐다. 그러나 불확실성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아 혼조세를 연출하는 것이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신흥국 중심으로 제조업 PMI가 오르고, 다른 주요국은 되레 내려가는 등 제조업 심리 지표가 불확실성 때문에 일관되지 못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한국 경제에 떨어지는 ‘콩고물’은 제한적이다. 김 연구원은 주요 선진국의 제조업 PMI가 ‘의미있게’ ‘많이’ 상승하면 한국의 수출 개선 기대를 할 수는 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진단했다. 이어 “지수가 급격히 떨어지다가 이제 겨우 한숨 돌리는 시기일 뿐”이라고 말했다. 노 연구원도 “PMI가 실물경제를 바로 반영한다고 보기 힘들다”며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가 조사한 미국 제조업 PMI는 오히려 내려가는 등 상황이 혼재돼 글로벌 제조업 경기가 나아지고 있다고 보기 힘들다”고 평가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