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동북아 평화포럼’이 제시한 한반도의 복음적 평화통일 방안은 통일·선교 로드맵을 세우되 먼저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포럼은 동북아한민족협의회와 고든콘웰신학대학원 동북아평화연구원 주관으로 21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렸다.
협의회 대표이자 평화연구원 원장인 양병희 목사가 기조 연설했다. 이정익 동북아한민족협의회 이사장이 개회사하고 양영식 전 통일부 차관이 축사했다. 허문영 평화한국 대표, 닐리 게스톤 전 고든콘웰신대원 부총장, 고세진 전 아세아연합신학대 총장,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이 주제 발표를 했다.
발제자들은 복음적 평화통일을 위한 전략인 통일·선교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양 대표는 기조연설에서 “남북화해를 위한 교류·협력과 한국교회가 궁극적으로 한반도 통일에 어떻게 이바지할 수 있을지 적절한 과제를 설정하고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특히 북한에 복음을 전하는 일은 치열한 영적전쟁(spiritual warfare)이 될 것이기 때문에 전략적인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탈북자들을 통일 역군으로 키우고 NGO를 통해 남북교류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했다. 또 정부 차원과는 별도로 교회 차원의 통일 헌금을 준비하고 1981년 동독 라이프치히에서 시작된 월요기도모임이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렸던 것처럼 우리도 통일기도회를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 대표는 “통일이 어느 날 갑자기 다가올 수 있다고 예측하는 전문가들도 있다”면서 “통일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 아니라 준비해야 한다. 북한 주민들은 종교적으로 마치 백지와 같아서 통일 후 누가 먼저 복음을 전하느냐에 따라 이들의 삶이 달라진다”고 덧붙였다.
허 대표는 ‘한반도의 정세와 통일 전후 한국교회 역할’이란 주제발표에서 ‘2020년 한국교회 실행계획’을 제안했다. ‘2020 판문점 연합예배’를 한국교회가 추진하고 이를 위해 ‘2020 세이레평화기도회’(6월 5~25일)를 한국교회가 진행하며 한국교회가 하나 되어 복음 통일을 추진하자는 것이다.
허 대표는 “한국교회가 북한선교와 복음 통일, 더 나아가 세계선교와 세계평화를 위한 대전략을 착실히 준비해야 한다”면서 “기독교학회, 기독교통일학회, 평화와통일을위한기독인연대, 한국기독교통일포럼, 한기총 통일선교대학, 평화한국, 기독교북한선교회 등 여러 기독교 NGO들이 통일신학을 공동 수립해 한국교회에 통일·선교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게스톤 전 부총장은 고 전 총장이 대독한 발표문을 통해 이번에 개설한 고든콘웰신대원 동북아평화연구원의 비전을 밝혔다. 그는 “먼저 연구원을 한국에 개설하게 돼 기쁘다”면서 “우리의 임무는 학생들을 신학적으로 생각하도록, 전 세계적으로 적극 관여하도록, 그리고 성경적으로 살도록 준비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게스톤 전 부총장은 반세기 전에 미국 선교사들이 조선에 복음을 전했고 이제 한국교회는 미국 교회와 손을 잡고 함께 세계를 섬기는 수준까지 성장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앞으로 동북아평화정착을 위한 연구, 동북아와 세계 평화를 위한 미국교회의 참여, 그리고 미국 정치책임자들과 기관들의 실천적 참여를 촉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현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비판과 제안도 이어졌다. 고 전 총장은 ‘복음적 평화통일의 길’이란 주제발표에서 “한반도 재통일은 하나님의 주권과 성경이 강조하고 있는 용서와 사랑과 회개와 참된 신앙과 신적인 치유의 원리에 기대야 한다”고 말했다. 한반도의 재통일을 고민하기 전에 그 이유를 성경적으로 깊이 고민하고 한국교회 성도들은 한반도 재통일을 위해 하나님의 도우심을 요청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우리는 지금 대한민국 정부가 하는 대북정책이나 통일정책에 대해 많은 의문을 가지고 있다”며 “남북이 동등한 입장에서 자유민주주의로 통일하려는 것이 아니라 반헌법적으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대한민국이 종속되는 어떤 방식을 추구하는 것으로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통일정책을 수행하는 양쪽의 관료들이나 관계자들에게 강력한 하나님의 주권과 인도하심이 있기를 열렬하게 기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이사장은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과정에서 탈북민의 역할’이란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탈북민 3만4000명은 분단체제 한반도의 통일을 준비하라고 하나님께서 보내주신 예비 전령들”이라며 “대부분 탈북민은 통일준비 과정과 북한의 민주화 자유화에 기꺼이 동참할 각오가 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통일세력에 과연 이들을 염두에 두고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적어도 기독교계만이라도 평화통일에 탈북민들을 앞세워야 할 것이다. 고향선교, 지역선교, 북한선교, 통일선교라는 큰 그림을 그리고 적재적소에 탈북민 기독교인들을 안배하고 꾸준한 교육을 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일 후 남북한 사회통합과정에서도 기독교 복음보다 대안은 없다고 본다. 70년 이상을 갈라져 살아온 남북한 사회 곳곳에 갈등과 적개심, 이질감 등이 도사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동북아한민족협의회는 1999년 설립된 통일부 산하 인도적 대북지원 단체다. 제2회 포럼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 있는 고든콘웰신학교에서 열린다.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