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에 밀린 경찰개혁… ‘자치경찰제’ 상임위서 논의도 못해

입력 2019-10-22 04:04
연합뉴스TV 캡처

민갑룡 경찰청장이 21일 경찰의 날을 맞아 ‘자치경찰제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경 수사권 조정안과 함께 경찰 개혁의 한 축을 구성하는 자치경찰제 도입안은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이 검찰 개혁에 몰두한 나머지,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권한을 나눠 갖게 될 경찰의 개혁에는 소홀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민 청장은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경찰의 날 기념식에서 “우리 실정에 맞는 자치경찰제를 적극적으로 도입해 주민 곁으로 한발 더 가까이 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검경 수사권 조정을 비롯해 자치경찰제 정착과 확대, 수사·일반 경찰의 분리 등 민주인권 경찰로 거듭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자치경찰제는 지방자치단체에 경찰권을 부여해 경찰의 운영에 관한 책임을 지자체가 지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 경찰제도는 중앙정부가 직접 경찰력을 관리하고 책임지는 국가경찰제로 운영되고 있다. 자치경찰제가 시행되면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비대해질 경찰의 권한을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나눠 갖게 된다.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은 이원화돼 중요·강력범죄는 국가경찰이 담당하고, 주민생활과 밀접한 치안 서비스는 자치경찰이 맡는다. 현재 자치경찰제는 제주도에서만 시행되고 있다.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회는 지난해 말 이런 내용을 담은 자치경찰제 도입안을 올해 6월까지 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고 발표했었다. 그러나 자치경찰제 도입안은 현재 국회 행안위에 계류된 채 논의가 실종된 상태다. 자치경찰제는 인력·업무를 나누는 것이 핵심이라 법률이 통과되지 않으면 실질적인 조치를 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민 청장은 지난 4일 열린 행안위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행안위 의원들에게 자치경찰제 법률안의 조속한 통과를 요청한 바 있다.

자치경찰제가 올해 안에 도입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자치경찰제가 확대 시행되면 전체 국가경찰의 36%인 4만3000여명의 신분이 국가직에서 지자체 소속으로 바뀌는데, 이에 대한 경찰 내부의 불만이 상당하다. 또 자치경찰제에 대한 정치권의 논의는 검찰 개혁 국면에만 매몰돼 거의 다뤄지지 않고 있다. 행안위 소속 한 의원은 “검찰 개혁 국면에서 경찰 개혁이 묻힌 건 사실”이라며 “11만명이나 되는 경찰권력의 분배 문제도 매우 중요하게 다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자체·행안부 등도 엮여 있어 현재 상황상 법안 통과는 쉽지 않다”고 밝혔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경찰법·경찰공무원법 개정안은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 안을 포함해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 안,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 안이 있으나 수사청 신설 등 내용 면에서 차이가 커 합의에 이르기도 쉽지 않다.

경찰 개혁이 지지부진한 원인으로 경찰 스스로 국민적 신뢰를 얻지 못해 개혁의 동력을 상실했다는 지적도 많다. 경찰은 국민의 공분을 샀던 ‘버닝썬 사태’에서 부실·봐주기 수사 의혹으로 비판을 받았다. 이는 지난 14일 행안위 서울지방경찰청 국감에서도 여러 차례 지적됐다. 당시 행안위 소속 의원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버닝썬 수사가) 국민이 보기에는 경찰에 대한 신뢰도를 뚝 떨어뜨린 것”이라며 경찰의 부실 수사를 질타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