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기 축구’ 달인… 호나우지뉴도 “사인 좀~”

입력 2019-10-23 00:02 수정 2019-10-23 10:21
우희용 세계프리스타일축구연맹 총재가 2016년 11월 남양주시장기 유소년축구대회에서 묘기 축구를 선보이고 있다. 세계프리스타일축구연맹 제공

㈔세계프리스타일축구연맹(WFFF) 총재 우희용(55)씨는 눈을 감고 감회에 젖었다. 그동안의 삶에 회한이 밀려오는 듯했다. ‘묘기 축구’로 알려진 프리스타일 축구 알리기에 바쁜 그를 21일 서울 영등포구 국민일보빌딩에서 만났다.

“프리스타일 축구는 머리와 상체, 다리 등으로 공을 떨어뜨리지 않는 스포츠입니다. 제가 처음 연맹을 만들었으니 대한민국이 종주국인 셈이지요.”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한 그는 원래 축구선수였다. 축구 국가대표가 꿈이었다. 하지만 고등학교 때 무리한 훈련으로 뼈와 근육이 아팠고 학교 재단이 바뀌면서 축구부마저 없어졌다. 사실상 선수생활을 마감한 것이다.

각종 아르바이트를 전전했다. 이후 군에 입대한 뒤 뛰어난 축구실력으로 체육부장을 맡았다. 훈련하고 남는 시간에 축구 묘기 기술을 연마했다.

그때 문득 이런 능력으로 살아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대 후 본격적으로 훈련했다. 더 큰 꿈을 펼치기 위해 이탈리아행을 택했다.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 때 길거리 공연으로 하루하루를 버텼다. 단속 나온 경찰이 그의 축구 묘기를 보며 감탄하고 손뼉을 치며 그냥 돌아갈 만큼 관심을 끌었다.

6개월 뒤 독일로 갔다. 불법체류자 신분이었다.

우희용 총재(오른쪽)가 2002년 프랑스 파리에서 브라질 축구스타 호나우지뉴와 스포츠업체 광고를 찍은 뒤 축구공에 사인해 주는 모습. 세계프리스타일축구연맹 제공


하지만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던가. 독일 기업 ‘엔징거’와 계약하고 현지 언론은 그를 대서특필했다. 독일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테니스 스타 미하엘 슈티히와 공을 주고받는 경기를 하며 일약 유명인이 됐다. 미국 영국 등에서 공연을 계속했다. 네덜란드 프로축구 아약스 구단이 주최한 세계프리스타일 축구대회 초대 챔피언에 올랐다.

많은 일화를 만들었다. 축구 선수 펠레에게 ‘아트 사커의 신(神)’이란 별명도 얻었다. 브라질 축구 스타인 호나우지뉴와 유명 스포츠업체 광고를 찍기도 했다. 광고 촬영 때 호나우지뉴는 그에게 사인을 요청했다. 잉글랜드 토트넘 홋스퍼 FC 손흥민 선수도 SNS에 ‘존경한다’는 글을 남겼다.

1998~2002년 미국 하와이주립대 여자팀 코치로 일한 뒤 2004년 세계프리스타일축구연맹을 설립해 전 세계에 예술축구를 전파하고 있다. 국내에선 2009년부터 프리스타일 축구 전국대회 및 국가대표 선발전을 개최했다. 세계 각국의 유명 선수를 초청한다. 전국체전과 아시안게임,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되고 기회가 된다면 북한에도 전수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서울 청운교회에 출석한다. 어릴 때부터 하나님께 영광 돌릴 일만 생각했다. 축구공 묘기로 예수님의 귀한 복음을 전할 계획이다. 어려움도 적지 않다. 체력의 한계를 느낄 때도 있고 자비량으로 다니다 보니 경비도 만만찮다. 하지만 그는 내게 능력 주시는 주님을 믿고 축구선교를 하느라 힘든 줄 모른다. 경기가 끝나면 관중 앞에서 감사기도를 드린다.

그는 “프리스타일 축구는 현재 공연과 TV 광고·방송, 온라인게임, 축구교육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돼 발전하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세계대회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