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과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서 공수처법을 분리해 우선 처리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공수처 절대 불가를 외치는 자유한국당과 달리 바른미래당 등 군소 야당은 공수처 설치 자체에는 찬성하는 만큼 이들과 ‘제2의 패스트트랙 공조’를 통해 공수처 설치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20일 당 검찰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여야 협상 과정에서 공수처 설치 법안을 우선적인 협상 대상으로 논의해 달라는 요청을 전달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선거법 개정안은 11월 말이 돼야 본회의에 부의될 수 있으며, 검경 수사권 조정안과 선거법 개정안은 합의에 이르기까지 시간이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회의에서 21일 열리는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 회동과 23일로 예정된 ‘3+3’(원내대표 3명과 의원 각 1인) 회의 등에서 한국당의 의사를 타진해보고, 한국당의 태도 변화가 없으면 여야 4당 공조를 통해 공수처 법안을 우선 처리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앞서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이 검경 수사권 조정과 선거제 개정안을 합의 처리한다면 공수처 법안은 따로 처리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고, 정의당과 민주평화당도 공수처 법안을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를 통해 국정농단 사태 당시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촛불연대’의 복구를 기대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민주당은 야당과의 공조를 모색하는 동시에 한국당을 향한 압박 공세도 이어갔다. 특위 공동위원장인 이종걸 의원은 회의에서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검사 재직 시절 삼성 비자금 사건 리스트에 올랐던 것을 기억하느냐. 당시 어떤 조사도 받지 않은 사람은 검사들이었다”며 “공수처법은 리스트에 올랐지만 조사도 처벌도 받지 않은 황교안 검사 같은 사람을 조사하는 법”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국당은 “공수처로 포장된 검찰 개혁은 조국 살리기와 문 정권을 비호하는 가짜 개혁”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김현아 한국당 대변인은 “민주당이 선거법 우선 처리라는 야합마저 깨면서 공수처법만 처리하려 한다”며 “하루라도 빨리 공수처를 만들어 피난처로 삼으려는 민주당이 애처롭다”고 맹비난했다. 김 대변인은 또 이종걸 의원의 발언에 대해 “야당 대표에 대한 저렴한 패악질이 달빛과 어우러져 더러운 악취를 풍긴다”고 주장했다. 달빛은 ‘달빛기사단’으로 불리는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을 염두에 둔 말로 해석된다.
박재현 김용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