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성장률 2.0% 마지노선, 시장은 1%대 추락까지 예상

입력 2019-10-21 04:03
홍남기(오른쪽)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현지시간으로 19일 미국 워싱턴 세계은행(WB)에서 진리췬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총재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홍 부총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참석을 위해 미국을 찾았다. 기획재정부 제공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로 2.0%에 사실상 마지노선을 그었다. 기존 목표치(2.4~2.5%) 달성이 어렵다는 걸 공식 인정한 데 이어 올해 성장률로 2.0~2.1%를 언급했다. 안팎에서 2.0% 성장조차 힘들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1954년 이후 한국 경제성장률이 2.0% 밑으로 내려간 적은 외환·금융위기 등을 겪었던 네 차례 뿐이다. 2.0%라는 숫자는 잠재성장률(2.5~2.6%)과 비교해도 한참 낮다. 정부는 2%대 달성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기자들을 만나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전망 수준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밝혔다.

IMF와 OECD가 전망한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각각 2.0%, 2.1%다. 홍 부총리는 그동안 2.4~2.5%라는 정부의 목표치 달성이 어렵다는 점을 내비치기는 했다. 다만 구체적 수치를 제시하기는 처음이다.

문재인정부는 출범 이후 3%대 경제 성장을 자신했지만, 한국 경제의 눈높이는 2%대까지 낮아졌다. 배경에는 일단 세계 경제 둔화가 있다. 수출이 유일한 성장동력인 한국 경제에는 치명적이다. IMF는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3.0%로 내다본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한국 경제와 밀접한 중국 경제도 올해 3분기 경제성장률이 6.0%로 주저앉았다. 27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대외여건 악화로 몸살을 앓는 한국 경제에 최근 내수 부진까지 몰려오고 있다. 투자와 소비가 얼어붙고, ‘디플레이션(deflation·물가가 하락하고 경제 활동이 침체되는 현상)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2%대 성장’ 달성 여부는 중요하다. 정부 입장에서는 ‘2.0% 벽’까지 무너지는 건 막아야 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954년 이후 실질 경제성장률이 2% 아래로 떨어진 시기는 1956년(0.7%), 1980년(-1.7%), 1998년(-5.5%), 2009년(0.8%) 등 네 번이다. 주로 경제위기를 겪은 해이다.

그러나 시장은 ‘1%대로의 추락’까지 예상한다. 올해 2.0% 성장률을 찍으려면 3분기와 4분기 성장률이 0.6%(전 분기 대비)는 넘어야 한다. 올해 1분기와 2분기 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각각 -0.4%, 1.0%였다. 정부가 예산 조기집행으로 연초에 ‘재정 효과’를 끌어다 쓰면서 3분기, 4분기 성장률이 꺾일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가 이달 기준으로 집계한 국내외 41개 기관의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평균 1.9%다.

정부는 ‘2% 방어’에 전력투구할 예정이다. 재정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한은의 추가 기준금리 인하도 거론되고 있다. 홍 부총리는 “세계 경제 전망이 호의적이지 않기 때문에 민간의 성장 기여도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면서 “최근 성장 기여도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정부 재정의 경우 연말 이월·불용 최소화에 역점을 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기 부진 요인인 노동비용 증가, 반도체 경기 하락, 대외여건 악화 등에 아직 변화가 없기 때문에 2%대 성장이 무너질 수 있다”며 “정부 지출과 통화정책의 강도에 따라 2.0% 방어 여부가 결정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세종=전슬기 신준섭 이종선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