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판매 열기 식을라” 중국에 간 팀 쿡… 中 정부 달래기?

입력 2019-10-21 04:03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SAMR) 샤오야칭 총국장과 애플 팀 쿡(왼쪽) 최고경영자가 17일 중국 베이징에서 만나 애플의 중국 추가 투자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SAMR 홈페이지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중국을 방문해 중국 정부 관계자들을 만났다. 아이폰11 판매 부진을 우려해 애플이 중국 편들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미국 내에서도 나온다.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SAMR)은 지난 17일 샤오야칭 총국장과 쿡 CEO가 중국 베이징에서 만난 사실을 18일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SAMR은 두 사람이 중국 투자 확대, 소비자 권리 보호,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 등 광범위한 주제로 깊은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중국 시장에 큰 공을 들이고 있는 쿡 CEO가 중국을 방문한 것 자체가 새로운 건 아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미국 기업에 대해 홍콩 시위를 지지하거나 돕는 걸 막는 시점에서 만난 것은 아이폰11 판매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애플은 지난해 아이폰XS 판매 부진,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반미 분위기 등으로 아이폰 판매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로이터통신은 시장조사 업체 카날리스 자료를 인용해 애플의 중국 시장 점유율이 지난해 2분기 6.4%에서 올해 5.8%로 떨어졌다고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중국은 애플의 핵심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올해 출시한 아이폰11은 예상외로 선전 중이다. 웨드부시증권 다니엘 아이브스 분석가는 “중국의 아이폰11 수요가 예상보다 15~20%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런 상황에서 자칫 중국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는 모습을 보였다가 아이폰11 판매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애플은 홍콩 시위대가 경찰의 위치를 실시간 파악할 수 있는 ‘HK맵. 라이브’가 앱스토어에 올라오는 걸 처음에는 불허했다가 비난 여론이 일자 전격 허용했다. 하지만 중국 관영 환구시보가 이를 두고 시위대를 돕는다며 강한 어조로 비판하자 다시 삭제했다. 쿡 CEO는 “HK맵. 라이브가 현지 법을 위반했으며, 사용자를 보호하기 위해 앱을 삭제했다”고 해명했다.

애플의 중국 눈치보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중국, 홍콩, 마카오 등에서 아이폰을 사용하면 대만 국기 이모티콘이 나타나지 않도록 했다. 또 스트리밍 서비스인 애플TV+를 준비하면서 콘텐츠 제작사에 “중국을 부정적으로 묘사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애플의 최근 행보에 대해 미국 내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 CNBC는 미국 상·하원 의원들이 잇달아 쿡 CEO를 비판하고 나섰다고 보도했다. 공화당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 등 상·하원 의원 7명은 “중국 정부의 요청으로 홍콩 시위대가 사용하던 앱을 검열한 애플에 대해 강력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한편 쿡 CEO는 중국 칭화대 자문위원회 의장으로 위촉됐다. 중국국제방송(CRI)은 칭화대 공식 위챗을 인용해 쿡 CEO가 칭화대 경제관리학원의 자문위원회 멤버로 선임됐다고 보도했다. 쿡 CEO는 이 자문위원회의 의장을 맡으며 칭화대 경제관리학원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만들기 위해 향후 3년간 봉사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고 국제재선은 전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