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서 얘기”… 아베, 文의 편지에 답장쓸까

입력 2019-10-21 04:07
이낙연(가운데) 국무총리가 20일 서울 효창운동장에서 열린 이북도민 체육대회에서 관계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오른쪽은 박성재 황해도지사. 이 총리는 연설에서 “지금 남북관계가 소강 국면이지만 이산가족의 상봉 정례화는 서둘러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종학 선임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일본을 향한 ‘친서 외교’가 지난해 9월 이후 13개월여 만의 한 일 정상회담으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22일 나루히토 일왕 즉위식에 참석하고, 문 대통령의 친서까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에게 전달하기 때문이다. 방일의 성과가 좋다면 31일~11월 4일 태국에서 열리는 아세안+3(한 중 일) 정상회의 때 양 정상이 만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도 양측이 입장을 누그러뜨리지 않을 경우 냉각 상태가 장기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여전하다.

청와대 관계자는 20일 “이 총리의 일본 방문은 양국 간 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한 행보로 해석하면 된다”면서도 “아직 일본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한 일 정상회담 전망은 다소 앞서 나간 것”이라고 했다. 그동안 청와대는 “정치는 정치, 경제는 경제”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강조해 왔다. 문 대통령의 친서에도 구체적인 제안보다는 한 일 관계 개선 의지가 담길 것이라는 관측이 대체적이다. 하지만 한국 정부 최고위급 인사인 이 총리가 즉위식에 참석하고, 대통령 친서까지 전달하는 만큼 일본이 전향적인 태도로 나올 가능성도 있다. 이는 곧 한 일 정상회담 성사로 이어질 수도 있다. 지난 19일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한국 정부가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두 정상이 마주할 수 있는 다자회의의 장은 이미 마련돼 있다. 이달 말 아세안+3(한 중 일) 정상회의에 이어 다음 달 16~17일 칠레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예정돼 있다. 양 정상이 참석을 확정하게 되면 한 일 정상회담도 얼마든지 열릴 수 있다.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마지막 정상회담을 한 것은 지난해 9월 유엔총회에서였다.

양 정상 간 우호적인 분위기도 무르익고 있다. 문 대통령은 최근 태풍 ‘하기비스’로 일본이 큰 피해를 입자 지난 14일 아베 총리에게 위로전을 보내 “피해를 입은 많은 일본 국민들이 하루속히 평온한 일상을 되찾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밝혔다. 이틀 뒤인 16일에는 아베 총리가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우리(한 일)는 대화를 항상 계속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우리는 그런 기회를 닫을 생각이 전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악화일로였던 한·일 관계에 반전 계기가 온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한 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이 다음 달 22일 공식 종료되는 것도 조속한 관계 개선이 요구되는 이유다. 대법원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일본의 수출 규제에 이어 지소미아까지 종료되면 한 일 관계엔 또다시 깊은 골 하나가 더 만들어지는 것이고 관계 회복은 그만큼 더 어려워지게 된다. 이에 따라 그 전에 양 정상이 수출 규제 철회와 지소미아 연장 등을 ‘톱다운’ 방식으로 맞교환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특히 미국은 지속적으로 지소미아 연장을 요청하고 있다.

다만 일본의 수출 규제 철회 등 구체적인 조치 없이는 당분간 정상회담은 어려울 수 있다는 신중론도 여전하다. 정상들이 만나려면 실무선에서 구체적인 성과가 마련돼야 하는데, 현재까지 한 일 간 실무 협상에서는 징용자 문제 등에 있어 이견이 여전한 상황이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