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국내 극장가의 높은 장벽을 허물고 있다. 신작 네 편의 극장 개봉을 확정한 데 이어, 국내 주요 멀티플렉스 3사 중 한 곳인 메가박스에서의 상영까지 성사시켰다. 물꼬를 튼 작품은 티모시 샬라메 주연의 영화 ‘더 킹: 헨리 5세’(사진)다.
‘더 킹: 헨리 5세’는 요즘 할리우드에서 가장 핫한 스타 샬라메가 프랑스를 정복한 영국 군주 헨리 5세를 연기해 기대를 모은 작품이다. 다소 화제성이 떨어졌던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의 최고 화제작이기도 했다. 주연배우인 샬라메와 조엘 에저턴, 데이비드 미쇼 감독이 직접 부산을 찾아 열기를 끌어올렸다.
갈라 프레젠테이션 섹션에 초청된 영화는 예매 시작 2분 만에 전석 매진됐다. 관객이 몰린 가장 큰 이유는 “스크린으로 볼 수 있는 유일한 기회”라는 점 때문이었다. 보통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의 경우 일반 극장에서 개봉되는 일이 드물어 대부분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로만 접할 수 있다.
넷플릭스는 최근 이례적인 결정을 내렸다. ‘더 킹: 헨리 5세’를 비롯해 ‘아이리시맨’ ‘결혼 이야기’ ‘두 교황’ 네 편의 오리지널 영화들을 국내 극장에서 차례로 개봉하기로 했다. 대한극장 서울극장 아트나인 씨네큐브 등에서 상영한다. 넷플릭스 측은 “창작자와 시청자 모두의 요구를 반영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넷플릭스는 ‘옥자’(감독 봉준호·2017)와 ‘로마’(알폰소 쿠아론·2018)도 극장에서 선보였으나 개봉 규모는 크지 않았다. 통상 극장 개봉 2~3주 후 IPTV 등 부가판권으로 넘어가는 ‘홀드백’ 기간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멀티플렉스 3사 CJ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가 보이콧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넷플릭스가 한발 물러선 모양새다. ‘동시 상영’이라는 기존 입장을 내려놓고 자사 플랫폼보다 일주일 먼저 극장에서 공개하기로 했다. ‘더 킹: 헨리 5세’의 경우 오는 11월 1일부터 넷플릭스 서비스를 시작하는데, 그보다 일주일 앞선 오는 23일 극장에서 먼저 개봉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멀티플렉스와의 완전한 협의점을 찾진 못했다. 멀티플렉스 3사 가운데 메가박스 한 곳만이 상영에 합의했을 뿐이다. 업계 1, 2위인 CGV와 롯데시네마는 “극장 업계의 기존 유통 질서를 무너뜨리면서까지 넷플릭스의 콘텐츠를 수급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