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그룹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지금까지 CEO는 ‘결정권자’, ‘책임자’로만 인식됐으나 앞으로는 ‘딥 체인지’(Deep Change·사업 구조의 근본적 혁신)의 ‘수석 디자이너(Head Designer)’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기업의 미래 생존을 위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세우려면 CEO가 기존 관행에서 벗어나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디자인 사고’ 방식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20일 SK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난 18일 제주도 디아넥스호텔에서 열린 ‘2019년 CEO 세미나’ 폐막 연설을 통해 “비즈니스 모델 진화·전환·확장, 자산 효율화, 인적 자본 확보 등 딥 체인지의 모든 과제들이 도전적인 만큼 기존의 익숙한 생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CEO 세미나는 16일부터 이날까지 사흘간 ‘딥 체인지 실행, 구성원들이 함께 만드는 행복’을 주제로 진행됐다.
‘행복 경영론’을 펴 온 최 회장은 매출 이익 중심의 과거 경영 행태에서 벗어나 사회적 가치를 통해 이익을 창출해내는 새로운 경영 방식으로 변화를 강조해왔다. 환경 보호, 취약계층 지원 등 사회 구성원의 행복을 위한 행위를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해낸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불확실성의 시대에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고, 모두의 행복을 지키려면 만반의 대비를 해야 한다”면서 “딥 체인지를 이끌 디지털 전환 속도, 그리고 사람에 대한 투자를 통한 인적 자본 강화에 SK의 미래가 걸려 있다”고 말했다.
그는 딥 체인지를 위해 CEO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재차 당부했다. 최 회장은 “기업이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치밀한 전략을 세우듯 행복을 추구할 때도 정교한 전략과 솔루션이 필요하다”며 각 사가 수립 중인 ‘행복 전략’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해 달라고 요청했다. 행복 전략은 사회 구성원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경영 전략이다.
최 회장의 주문대로 CEO들은 이번 세미나에서 행복 전략을 한층 구체화했다. 지난 6월 확대경영회의 때 발표한 사별 행복 전략을 1차 업그레이드한 개선안을 공유하고, 향후 개선 방향과 실행 방안 등을 토의했다. 딥 체인지 인력 양성을 위해 내년 1월 출범할 예정인 ‘SK 유니버시티’의 운영 방향도 논의했다.
행복 전략의 실행을 위해 각 사별 정체성 재확립에도 나서기로 했다. 기업이 단순한 제품·서비스 공급자에서 나아가 고객 등 이해관계자의 수요 충족과 문제 해결을 돕는 주체가 되겠다는 구상이다. 현재 전 계열사에는 CEO 직속으로 마련된 행복 전략 전담 조직이 관련 업무를 수행 중이다. 그룹 차원에서는 사회적 가치의 비전과 중점 추진 영역, 핵심 원칙 등을 담은 ‘사회적 가치 추진 체계’를 내년 중 완성할 계획이다. SK의 경영철학을 담은 SKMS(SK Management System)에 사회적 가치에 기반한 비즈니스 모델 혁신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반영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