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채찍도 들어야 北 오판 못한다

입력 2019-10-21 04:03
북한의 대남 비방이 도를 더해 가고 있다. 북한은 지난 주말 대남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 TV를 통해 “유사시 함박도를 초토화시킬 수 있는 해병 2사단 화력을 계획했다”는 이승도 해병대 사령관의 국정감사 답변을 트집잡아 ‘연평도를 잊었느냐’고 협박했다. 이 매체는 ‘연평도를 벌써 잊었는가?’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리승도는 동족대결에 환장한 대결광신자”라며 “(그는) 2010년 감히 우리를 건드렸다가 우리 군대의 불소나기 맛을 톡톡히 본 자”라고 원색적 비난을 퍼부었다.

서해 5도와 인접한 함박도에 레이더를 설치해 긴장을 조성한 건 북한이다. 유사시 우리에게 위협이 되는 함박도 레이더 시설을 초토화하는 건 우리의 정당한 자위조치다. 군으로서 마땅히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매우 원론적인 얘기를 북한에 큰 위협을 가한 것처럼 침소봉대하는 행위는 억지다. 남북 관계 진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2022년 카타르월드컵 예선 남북축구의 무중계·무관중 평양 경기에 이은 이 같은 북한의 비우호적이고 적대적인 행위는 남북 관계를 과거의 대결국면으로 몰아가려는 의도로밖에 해석이 안 된다. 북한이 연일 노동신문 등 선전매체를 동원해 ‘민족자존’과 ‘자력갱생’을 강조하고 있는 게 이를 뒷받침한다. 노동신문은 북한이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한 2017년 11월을 ‘반만년 민족사에 특기할 기적적 승리가 이룩된 그날’이라고 했다. 사실상 핵과 미사일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이렇듯 북한이 최근 우리를 무시하고 평화를 위협하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데도 정부의 대처는 지난해 좋았던 때의 환상에 그대로 머물러 있다. 북한이 국제 스포츠 관례를 깡그리 무시하고 남측 취재진과 응원단의 방북을 불허해도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무관중 경기는) 북한 나름대로 공정성의 조치를 취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며 오히려 북한을 두둔했다. 북한 당국에 유감의 뜻을 전하고 재발 방지를 요구하는 게 당연한 수순인데 아무 말 못하니 북한의 오만함은 날로 심해진다. 경우에 따라선 채찍도 들 줄 알아야 한다. 일방적 당근책은 북한에 그릇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