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퇴 이후 첫 주말인 19일에도 서울 곳곳에서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여의도 국회 앞과 서초동에 모인 시민들은 검찰 개혁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도입을 촉구했고, 광화문에선 자유한국당이 현 정부를 규탄하고 공수처 설치를 반대하는 장외집회가 진행했다. 조 전 장관이 사퇴한 뒤에도 이른바 ‘광장 정치’는 이어지고 있다.
검찰 개혁 사법적폐청산 범국민시민연대는 오후 6시 국회의사당 정문 맞은편에서 제10차 촛불문화제를 개최했다. 주최 측은 지난 12일까지 서초동에서 집회를 열었으나, 이번엔 국회 앞에 모였다. 시민들은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인근 의사당대로부터 서강대교 남단 교차로 부근까지 총 800m의 5개 차로를 가득 메웠다. 이들은 촛불을 들고 “검찰개혁·언론개혁 하라” “공수처를 설치하라” “국민의 명령이다. 국회는 응답하라”고 외쳤다.
이날 집회에선 조 전 장관의 일명 ‘국민 퇴임식’도 열렸다. ‘우리가 조국이다’고 적힌 감사패를 소개하고, 시민들이 쓴 편지를 낭독하는 퍼포먼스였다. 최배근 건국대 교수는 이 자리에서 “조 전 장관은 국민의 영원한 법무부 장관”이라고 말했다.
검찰 개혁 집회 참가자는 40~50대 중장년층이 주를 이뤘다. 어린 자녀를 태운 유모차를 끌고 오는 등 가족 단위로 참석한 시민들도 있었다. 초등학생 딸·아들과 함께 집회에 참석한 박모(42)씨는 “아이들에게 민주주의 국가에서 시민들이 어떻게 목소리를 내야 하는지 보여주기 위해 나왔다”며 “검찰의 행태를 보면 속 터질 뿐”이라고 말했다. 사회자는 집회 시작 직전 “10만명 정도가 모인 것 같다”고 했으나, 주최 측은 이번에도 참가 인원을 공개하지 않았다.
서초동에서도 검찰 개혁 촉구 집회가 동시에 진행됐다. 온라인 커뮤니티 루리웹 회원들로 구성된 ‘북유게 사람들’은 오후 6시부터 ‘검찰이 범인이다’ 주제로 시민참여문화제를 개최했다. 서초역부터 교대역까지 600m가량의 6개 차로에 모인 시민들은 ‘윤석열을 수사하라’ ‘공수처를 설치하라’ 등이 적힌 플래카드와 촛불을 들었다. 주최 측은 “원래 3개 차로에서만 진행하려 했는데, 예상보다 많은 시민들이 참여해 경찰이 6개 차로까지 허용해줬다”며 “26일에도 집회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자유한국당은 광화문광장에서 현 정부를 비판하는 장외집회를 개최했다. 한국당은 이날 오후 1시부터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국민의 명령, 국정 대전환 촉구 국민보고대회’를 열고 “경제 망친 문 대통령은 사죄하라” “공수처 반대한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문 정권의 독점을 막아낼 때까지 계속 싸워야 한다”며 “공수처를 설치하겠다는 건 정부 멋대로 법을 주무르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오후 3시쯤 본 행사를 마친 뒤 청와대 방면으로 행진했다. 우리공화당도 인근 서울역 광장에서 태극기 집회를 열었다. 경찰은 이날 집회에 대비해 여의도, 서초동과 광화문 일대에 129개 중대를 편성하고 8000여명의 경력을 투입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