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일 정서 속… 마코토 감독 애니 ‘날씨의 아이’ 흥행 주목

입력 2019-10-18 04:06

소년과 소녀의 푸릇한 러브스토리.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익숙한 이야기로 돌아왔다. 전작 ‘너의 이름은.’(2017)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발목을 잡는 한 가지는, 극에 달한 반일 정서다.

‘너의 이름은.’의 흥행세는 대단했다. 국내 관객 371만명을 동원하며 역대 한국 개봉 일본 애니메이션 중 최고 흥행 기록을 세웠다. 현실과 판타지를 버무린 감성적인 내용에 환상적인 작화, 극의 감동을 배가하는 음악이 한몸처럼 어우러져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신작 ‘날씨의 아이’(사진)에서도 감독 특유의 스타일이 유지된다. 도쿄에 온 가출 소년 호다카(다이고 코타로)가 기도로 비를 멈추게 하는 신비한 능력을 지닌 소녀 히나(모리 나나)를 만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리는데, 감각적 색채와 정교한 배경 묘사에서 감독의 인장이 드러난다.

영화는 번뜩이는 상상에서 출발한다. 우리가 올려다보는 하늘 위에 또 다른 세계가 있고, 지금껏 본 적 없는 생물이 살고 있을지 모른다는. 판타지적 요소들과 아름다운 풍경이 어우러진 영상미가 두 눈을 사로잡는다. 특히 비 온 뒤 맑은 햇살이 내리쬐는 장면들은 그 자체로 황홀하다.

굳이 ‘너의 이름은.’과 비교하지 않더라도 극의 뼈대를 이루는 서사 구조 자체가 느슨하다. 두 주인공에게 뜻하지 않은 위기가 닥치고 그것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설득력이 떨어지는 부분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소중한 것을 지켜내고야 마는 결말만큼은 뭉클하다.

‘너의 이름은.’에 이어 일본 록밴드 래드윔프스가 OST에 참여했다. 경쾌한 감성을 담은 주제곡 ‘사랑이 할 수 있는 일이 아직 있을까’ ‘괜찮아’ ‘그랜드 이스케이프’ 등이 적잖은 호응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여전히 진행 중인 일제 불매 운동이 흥행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날씨의 아이’는 오는 30일 개봉한다. 국민 정서를 고려해 당초 계획보다 한 달가량 개봉일을 늦춘 것이다. 이 영화의 수입·배급을 맡은 영화사 미디어캐슬 측은 “이런 시국에 개봉하게 돼 송구하다. 어쩔 수 없는 직업적 선택이었다”고 이례적인 입장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112분. 15세가.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