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에게 눈을 맞추고 살아간다면 항상 실망할 수밖에 없습니다. 인간의 마음은 모두 부패했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아닌 예수님께 시선을 맞추고 그분을 기준 삼아 살아야 합니다.”
세계적 기독변증가 라비 재커라이어스(73)는 16일 ‘사회와 교계 지도층의 언행 불일치 및 극심한 여론 분열 등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그리스도인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란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재커라이어스는 이날 서울 용산구 온누리교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계와 교계에 훌륭한 인물이 많지만, 뉴스를 가득 채우는 건 이와 정반대 인물”이라며 “좋은 소식은 별로 관심을 끌지 못한다는 걸 기억하자”고 했다.
그는 “크리스천 지도자는 다음세대에 큰 책임감이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젊은이는 진짜 기독교인다운 지도자를 보고 싶어한다”며 “예수께서 말씀한 ‘안목의 정욕’ ‘돈에 대한 욕심’ ‘교만’을 특히 주의하자”고 당부했다.
재커라이어스는 이날 오후부터 3일간 열리는 ‘2019 온누리부흥축제’를 위해 내한했다. 첫날인 주제는 ‘하나님은 누구신가’였다. 둘째 날과 마지막 날에는 ‘왜 예수인가’ ‘인간 존재의 의미’를 주제로 연달아 강연한다.
재커라이어스는 최근 잇따른 유명인의 자살과 관련한 질문에 “세상 어디든 어린 친구들 가운데 자살 충동이 보편화되는 것 같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는 “젊은이들은 SNS를 하며 ‘더 멋있어야 한다’고 압력을 느끼고, 그렇지 못하면 자살 충동을 느낀다”며 “최근 우리에게도 자살에 대한 문의가 늘고 있다. 질문자 연령대도 10대 초반으로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1984년부터 변증 사역을 시작한 이후 20여년간 창조와 진화, 신앙과 과학과 관련된 질문이 주를 이뤘으나 지금은 성(性)과 자살에 대한 질문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나 역시 17세 때 자살 기도를 한 적이 있다. 당시 삶의 의미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젊은이가 하나님과 인격적인 관계를 갖도록 돕는 일이 중요하다. 삶의 목적은 결국 주님이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자살 충동은 정신질환 증세일 수 있으므로 문제가 심각하면 꼭 의사를 만나야 한다”며 “삶의 소망을 잃어 자살 충동이 생기는 경우라면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부모가 자녀를 평소 세심히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세대의 교회 이탈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선 “지도자가 수평적 소통을 하며 삶의 모범을 보일 것”을 강조했다. 청년은 자신의 존재를 이해받길 원하는데, 적지 않은 교회가 소통 대신 일방적 정답만 제시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교회는 어떤 질문이라도 허용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며 “교회 지도자가 젊은이의 질문을 경청하고 적절히 답할 뿐 아니라, 삶으로 이를 보여줄 때 다음세대도 예수의 길을 따를 것”이라고 단언했다.
인도 출신인 그는 미국 애틀랜타에 본부를 둔 ‘라비 재커라이어스 국제사역센터’(RZIM) 총재다. 미국 휴스턴대와 애즈베리대에서 신학과 법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92년 하버드대 베리타스포럼의 첫 강사로 나서 주목을 받았다. RZIM에는 현재 93명의 변증 전도자와 저술가가 소속돼 있다. 15개국에 300여명의 직원이 있으며 2000개 이상의 라디오 방송에서 매주 이들의 설교가 송출된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