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야스쿠니에 공물… 측근 각료는 직접 참배

입력 2019-10-18 04:07
야스쿠니(靖國)신사에 ‘내각총리대신 아베 신조’라고 표기된 ‘마사카키’(眞신<木+神>)라는 공물이 놓여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7일 일제 침략전쟁의 상징 야스쿠니 신사 추계 예대제(가을 제사)를 맞아 공물을 보냈다. 또 2년 반 만에 현역 장관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면서 새로운 내각의 우익 성향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은 추계 예대제 첫날인 이날 아베 총리가 ‘마사카키’를 보냈다고 전했다. 마사카키는 신사 제단에 바치는 화분 형태의 공물이다. 다만 아베 총리는 20일까지 진행되는 예대제에 직접 참배하진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시마 다다모리 중의원 의장, 가토 가쓰노부 후생노동상도 마사카키를 봉납했다고 일본 언론은 전했다.

아베 총리는 2013년 12월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했다가 침략전쟁 피해를 입은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은 물론 미국의 비판을 받은 뒤 공물 봉납으로 간접 참배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날 아베 총리의 비서관 출신으로 최측근인 에토 세이이치 오키나와·북방영토 담당상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했다. 일본 각료급 인사의 야스쿠니 참배는 2017년 4월 다카이치 사나에 당시 총무상의 참배 이후 처음이다.

각료 신분으로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는 행위는 정부 차원에서 침략전쟁을 정당화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아베 총리가 지난달 개각에서 평소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거나 우익 사관을 옹호한 이들을 대거 기용함으로써 결국 야스쿠니 신사 직접 참배로 이어지게 됐다.

에토 담당상은 특히 지난 8월 한·일 갈등 국면을 해결하기 위해 일본을 방문한 한국 국회의원들에게 ‘과거 한국은 매춘 관광국이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오는 18일에는 초당파 의원모임인 ‘다함께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 수십명이 집단 참배를 할 예정이다.

한국 외교부는 이날 대변인 명의 논평에서 “일본의 침략전쟁 역사를 미화하고 있는 야스쿠니 신사에 일본 정부 및 의회 지도자들이 또다시 공물을 보내고 참배를 강행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한편 아베 총리가 일왕 즉위식에 참석하는 이낙연 국무총리와 24일 회담할 의향을 굳혔다고 일본 언론이 전했다. 하지만 아베 총리 일정 등을 고려할 때 단시간 면담 형태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