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산업硏 中 북경지원 1명 파견 1억3000만원… 호화 어학연수 보내나”

입력 2019-10-18 04:02

국책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이 중국 베이징(북경지원)으로 파견보낸 직원 단 1명에게 올해 3억3000만원의 예산을 배정해 ‘황제 근무’를 용인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용처가 불분명한 ‘기타지출내역’만 9000만원에 달한다. 그동안 ‘북경지원장’으로 파견된 인사들이 대부분 한·중 통상이나 중국 산업 전문가가 아니라는 점도 예산 낭비 논란을 일으킨다.

17일 추혜선 정의당 의원이 산업연구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산업연구원은 올해 북경지원에 직원 1명을 파견하면서 예산 3억3000만원을 배정했다. 본예산 2억4900만원에 지난해 이월액(8100만원)을 더한 금액이다. 산업연구원 북경지원은 2005년부터 산업별 네트워크 구축·유지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곳이다. 북경지원장 임기는 2년으로 경제·산업·기업 정보를 수집해 보고서 등을 작성하고, 중국과 우호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토록 각종 대외업무도 한다.

북경지원은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2억3300만원을 썼다. 사무실(4200만원)·관저(2100만원) 임차료, 현지 채용 인건비(1500만원) 등을 빼고도 집행액의 75%(1억7400만원)가 지원장 1명을 위해 지출됐다.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지급된 재외근무수당만 4200만원이다.

사용처가 불명확한 지출도 있다. 지난달까지 9000만원 상당의 ‘기타지출내역’이 있는데 이 예산은 지원장이 스스로 전결해 쓸 수 있는 돈으로 알려졌다. 산업연구원 노조가 국정감사에 앞서 기타지출내역의 정확한 사용처를 공개하라고 요구했지만 산업연구원은 구체적 내용을 밝히지 않는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2년간 인건비가 5억원 정도 부족해 퇴직급여충당금에서 지급하고 있다. 연구원에게 줄 인건비가 부족한데도 북경지원장에게 과도한 예산이 지출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북경지원장 업무 수준이 집행 예산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다는 비판도 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북경지원 주요 업무는 ‘중국산업경제브리프’라는 중국 산업 동향 간행물을 매월 1회(40여쪽 분량) 발간하는 것이다. 추 의원은 “산업연구원 내부에서조차 중국에 파견보내지 않아도 작성할 수 있는 수준이란 평가가 나온다. 지난 1월 산업연구원의 자체 정기감사에서 북경지원이 정례 동향보고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비전문가를 파견하는 점도 문제다. 그동안 북경지원장으로 파견된 6명 중 1명만 ‘한·중 통상산업’을 전공했다. 나머지는 지역경제나 산업조직, 벤처기업혁신, 지역투자 전공자다. 2005년부터 별도 공모 없이 뽑다가 올해부터 공모했다. 지난달에 북경지원장으로 나간 박모씨는 전임 기획조정본부장이다. 박씨가 공모에 지원할 때 제시한 중국어 능력 수준은 ‘올해 1월부터 들은 중국어 회화 관련 온라인 강의’였다.

추 의원은 “그동안 북경지원장으로 파견된 인사를 보면 전임 기획조정본부장, 기획조정실장이었다. 일종의 ‘전관예우’로 북경지원을 운영해 호화 어학연수를 보낸다는 의혹이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