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내부서 “조국 사태, 책임 통감하는 자 없어…” 첫 거론

입력 2019-10-17 04:03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1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회의에서 김해영 최고위원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로 국민 갈등이 증폭된 것에 대해 “집권여당의 일원으로 대단히 송구스러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최종학 선임기자

여권 내부에서 조국 사태에 대한 책임론이 공개적으로 처음 제기됐다.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6일 자신의 SNS에 “조국(전 법무부 장관)은 갔다. 후안무치한 인간들뿐이니 뭐가 달라지겠는가. 책임을 통감하는 자가 단 한 명도 없다. 이게 우리 수준이다”라고 적었다. 3선의 정 의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으로 조 전 장관 인사청문회부터 줄곧 지켜봐 왔다.

정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조국 사태로 국민이 분열되었고, 이 때문에 대통령도 유감을 표시하고 사과도 했다”며 “그런데 정작 여당에서는 사과를 안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야당 역시 조 전 장관이 사퇴했는데도 법사위에서 하루 종일 조국을 말하더라”며 “나라가 어수선한데도 여당이나 야당이나 서로 잘났다고 하는 걸 보니 국회가 한심해서 올린 글”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조국 사태를 이끌어온 당청의 친문재인계나 지도부는 아직까지 별다른 언급을 내놓지 않고 있다. 오히려 여론에 따라 소신 행보를 보여온 김해영 최고위원이 지도부 중 처음으로 사과의 뜻을 밝혔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서초동과 광화문 집회에서 보듯 국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함으로써 국민들의 갈등이 증폭되고 많은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렸다”며 “집권 여당의 지도부 일원으로서 대단히 송구스러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제는 여야가 화합해서 민생을 챙겨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권의 인적 쇄신에 시선이 쏠리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것은 민주당 초선인 이철희 의원의 불출마 선언뿐이다. 이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제 바람은 20, 30대 국회의원이 스무 명은 넘으면 좋겠다는 것”이라며 “저뿐만 아니라 스스로 물러나겠다고 하는 분들이 많이 있어 자연스럽게 물갈이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젊은 분들이 들어오려면 누군가 길을 열어줘야 하고 곧 공개적으로 밝히실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에서는 청와대의 다음 행보를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다. 한 의원은 “조국 정국에서 청와대와 다른 판단을 했던 의원들이 적잖았지만 당청 관계를 생각해 발언을 자제하고 지켜봐 왔다”며 “그런 만큼 앞으로 청와대가 보여줄 쇄신의 폭이나 깊이가 어떨지 의원들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당내 기류를 전했다. 정국 수습을 위해 청와대가 어떤 카드를 내놓느냐에 따라 그동안 누적돼 왔던 당의 불만이 해소될 수도, 거꾸로 폭발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김나래 박재현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