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현안마다 찬반 논란… ‘갈등의 섬’ 제주도

입력 2019-10-17 04:04
제주도청 전경. 뉴시스

제주도가 각종 찬반 논란으로 ‘갈등의 섬'이 되고 있다. 주요 개발사업 현안마다 찬성과 반대측으로 나뉘어 한 걸음도 진척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올 초 이례적으로 ‘갈등관리 종합계획’을 수립했다. 2018년 재선에 성공한 원희룡 제주지사가 현안 갈등 해소를 위해 신설한 소통사업 1호였다. 심각한 공공갈등이 예상되는 개발사업을 따로 관리해 조기에 해결해보겠다는 원 지사의 의지였다.

그러나 갈등은 점점 깊어지기만 하는 모양새다. 현재 도 당국에 의해 갈등중점관리대상사업으로 분류돼 ‘갈등주의보’가 내려진 사업은 모두 13건이다. 삼나무숲인 비자림로 도로확장사업을 포함해 ‘람사르 습지도시’에 마라도 면적 두 배 크기로 들어서는 동물테마파크(제주시 조천읍 선흘2리, 58만여㎡), 제주 송악산 뉴오션타운(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 19만1950㎡), 이마트 노브랜드 입점, 우도 폐기물처리시설 설치, 서귀포 지하차도 건설 등이다. 이 가운데 이마트 입점 건을 제외한 12건이 전부 해결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비자림로, 동물테마파크, 송악산 뉴오션타운 건설사업은 난개발 논란으로 시민사회단체의 반대집회가 잇따르는 등 갈등이 첨예화되고 있다.

제2공항 건설도 중점관리대상에선 제외돼 있지만, 도의회의 공론화 제안을 제주도가 거부하면서 대립은 한결 극심해지는 양상이다. 공공복리 목적의 유원지 용지에 사기업 영리시설을 허가해줬다 대규모 손해배상소송에 휘말린 서귀포 예래휴양형주거단지 조성사업(서귀포시 예래동, 74만1000㎡), 제주녹지병원이 포함된 헬스케어타운 조성사업(서귀포시 토평동 등 일대, 153만㎡), 5조원대 중국 자본투자에 대한 검증 논란이 불거진 오라관광단지 조성사업(제주시 오라동, 357만 5753㎡)도 환경 파괴와 절차 정당성 문제로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하다.

도당국의 갈등관리 문제는 감사장에서도 도마 위에 올랐다. 행정사무 감사 첫날인 16일 제주도의회 강성균 의원 등은 “(개발사업에 대해) 어떤 결론이 나도 마을이 파괴되는 상황인데 (도당국의) 행정의 역할은 없다”고 질타했다. 전날 국회 농수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감에선 윤준호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유독 갈등이 심한 제주의 문제는 백년지대계 시각에서 답을 찾으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좌광일 제주주민자치연대 사무처장은 “대규모 투자사업이 늘었지만 성장의 열매가 대자본에 돌아가고, 도민들 거주 여건은 악화만 됐다”며 “때문에 도정이 추진하는 개발 위주사업에 찬반의 골이 이전보다 더 깊어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