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더 6장 이전까지의 내용은 바사제국(페르시아)에 살고 있는 모르드개와 그의 민족 유대인이 하만의 음모로 죽게 생긴 상황입니다. 모르드개는 자신의 사촌동생이자 바사제국의 왕후 에스더에게 민족의 위기를 알립니다.
“당신은 가서 수산에 있는 유다인을 다 모으고 나를 위하여 금식하되 밤낮 삼 일을 먹지도 말고 마시지도 마소서 나도 나의 시녀와 더불어 이렇게 금식한 후에 규례를 어기고 왕에게 나아가리니 죽으면 죽으리이다 하니라.”(에 4:16) 에스더는 민족을 구하고자 죽을 각오로 왕에게 나아가려고 합니다.
그러나 에스더에게서 모르드개와 민족을 구원할 만한 시원한 소식이 들리지 않습니다. 그러는 사이 하만은 모르드개를 확실하게 제거하기 위해 무려 오십 규빗(약 23m)의 나무로 만든 장대에 매달려고 합니다.
하만은 왜 모르드개와 유대인을 끔찍하게 미워할까요. 에스더 3장 내용대로 하만 자신에게 무릎을 꿇고 절하지 않은 모르드개의 행동이 몹시 괘씸했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각사람 하만은 아말렉 왕족의 후손이었습니다. 유대인과 아말렉은 역사적으로 원수 사이입니다. 즉 하만과 모르드개 사이에는 개인적인 문제를 넘어 민족적인 갈등도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모르드개가 맞설만한 하만이 아니었습니다. 바사제국 안에서 직위로 보아도, 인맥으로 보아도 하만이 강했습니다. 모르드개가 할 수 있는 것은 이 절망적인 현실에 대해 슬피 울며 통곡하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유일한 희망인 왕후 에스더를 위해 밤낮 사흘 동안 금식하는 것뿐이었습니다.
그러는 사이 밤이 찾아왔습니다. 하만은 모르드개를 하루속히 나무에 매달기 위해 서둘러 왕궁 뜰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모르드개는 궁지에 몰려 살아날 길이 없게 된 그야말로 절체절명(絶體絶命)의 상황입니다.
모르드개에게 닥쳐온 일들은 우리에게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사방이 단단한 시멘트벽처럼 막혀있어서 나의 지위, 인맥, 능력, 재력, 체력 등이 의미가 없어지는 어려운 일들을 겪을 때가 있습니다. 이렇게 막막한 위기의 상황에서 성도는 어떤 마음가짐과 태도로 이겨낼 수 있을까요.
모르드개에게 주님께서 나타나지 않으시고 잠잠하다 못해 침묵하신 것처럼 보이는 힘든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납니다. “그 날 밤에 왕이 잠이 오지 아니하므로 명령하여 역대 일기를 가져다가 자기 앞에서 읽히더니.”(에 6:1) 바로 ‘그날 밤에’ 모르드개와 하만의 위치가 뒤바뀌는 기적이 일어납니다.
그날 밤 아하수에로 왕은 잠이 오지 않아 신하에게 역대 일기를 읽도록 했습니다. 많은 사건 사고를 듣던 중 모르드개가 왕의 목숨을 구한 일을 듣게 됩니다. 왕은 아직 모르드개에게 왕의 목숨을 구한 포상을 주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왕은 마침 왕궁 뜰에 있던 하만을 불러 어떻게 포상을 내리면 되는지 묻습니다. 하만은 자신에게 주는 포상으로 착각해 파격적인 내용을 제안합니다. “그 왕복과 말을 왕의 신하 중 가장 존귀한 자의 손에 맡겨서 왕이 존귀하게 하시기를 원하시는 사람에게 옷을 입히고 말을 태워서 성 중 거리로 다니며 그 앞에서 반포하여 이르기를 왕이 존귀하게 하기를 원하시는 사람에게는 이같이 할 것이라 하게 하소서 하니라.”(에 6:9)
이에 왕은 포상을 하만에게 직접 실행하도록 명령합니다. 하만이 말한 것을 한 글자도 빼지 말고 시행하라고 합니다. 졸지에 모르드개는 자신을 죽이려고 했던 하만에 의해서 높임을 받게 됩니다.
주님의 주권과 보호하심은 우리가 할 수 없는 영역에서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모든 영역에서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하고 확신하며 살아가고 계신가요. 느린 것 같지만 정확하고 섬세하게 구원해주시는 주님을 만나기를 바랍니다. “이스라엘을 지키시는 이는 졸지도 아니하시고 주무시지도 아니하시리로다.”(시 121:4) 아멘!
김종일 목사(남양주 주함교회)
◇남양주 주함교회는 김종일 목사가 개척했습니다. 신본주의 복음주의로 성도들과 함께 주님이 주신 구원의 자유와 감사를 누리고 있습니다. 가정과 삶에서 말씀과 기도를 실천하는 데 힘쓰는 교회입니다.
●이 설교는 장애인을 위해 사회적 기업 ‘샤프에스이’ 소속 지적 장애인 4명이 필자의 원고를 쉽게 고쳐 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