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이 행복한 금융… 창구마다 웃음꽃

입력 2019-10-20 18:17

인구 고령화 시대를 맞아 시니어 고객을 사로잡으려는 은행권 움직임이 분주하다. BNK부산은행은 지난달부터 고객 친화와 편의에 집중한 ‘행복한 금융 10대 과제’를 실천하고 있다. 대표과제로는 ‘특화점포’와 ‘서포터즈’를 들 수 있다. 특화점포는 고령자 등 금융 취약계층이 편리하게 금융 업무를 볼 수 있도록 환경이 조성된 점포다. 서포터즈는 일종의 객장 로비매니저다.

특화점포는 부산에 3곳(전포동지점·연미지점·망미동지점)있다. 전포동지점은 자연스럽게 특화된 사례다. 점포 주변에는 고령자들이 많이 살고 있다. 통계를 보면 지난 8월 기준 부산에 거주하는 65세 이상 인구는 61만명이다. 이 중 6만6000명이 부산진구에 밀집해 있다. 또 영업점 인근에는 구립 노인·장애인 복지관과 재래시장이 있다.

부산지하철 부전역에 내리자 고령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영업점은 걸어서 1분 거리에 있다. 오전인데도 창구는 이용객들로 꽉 찼다. 대다수가 고령층으로 보였다. 특이한 점은 창구 마다 지팡이 거치대가 달려 있다는 것. 현금자동인출기에도 마찬가지다. 휠체어를 타거나 이동식 장바구니를 가지고 온 이들이 이동하기 쉽도록 유리 자동문이 설치돼있었다. 한쪽에는 혈압측정기와 연령에 맞는 돋보기안경이 비치됐다. 점포 왼쪽 끝자리는 시니어 고객 맞춤 창구다. 한 고령자가 이날 서류작성을 어려워하자 직원이 손을 짚어가며 상세히 안내했다.

시니어 고객들은 주로 송금과 인출서비스를 이용한다. 적금을 드는 경우도 있다. 손에는 종이통장이 들려있다. 모바일뱅킹은 물론 카드도 쓰지 않다보니 직원들이 늘 바쁘다. 그나마 ‘젊은’ 고객은 공인인증서 발급을 묻기도 하지만 이 또한 소수다. 나머지는 대필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니어 고객이 많으면 때때로 돌발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이날은 한 중년남성이 언성을 높이며 직원과 실랑이를 벌였다. 대기인원이 많고 점심 즈음이라 업무량이 고조된 시간대였다. 직원이 가까스로 양해를 구한 뒤에야 남성은 자리를 떠났다.

이처럼 창구가 혼잡한 날은 서포터즈 도움이 절실하다. 유니폼을 입고 띠를 두른 ‘할아버지 안내원’이 현관에 서서 손님들에게 인사하고 간단한 업무를 돕는다. 서포터즈는 한 달에 10번 출근한다. 근무요일은 월요일과 금요일, 근무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다.

매순간이 긴장의 연속이지만 직원들은 미소를 잃지 않고 있다. 이런 정성 때문일까. 고객들은 칭찬일색이다. 전포동에 산다는 여모(여·68)씨는 “이 곳이 어르신 특화 점포인 줄은 몰랐다”며 “직원이 안내를 잘해주고 이용해보니 좋다”고 말했다. 이어 “건너편 부산은행에도 사람이 항상 많은데 나는 여기서만 거래 한다”고 밝혔다. 어머니와 맞춤 창구를 이용한 한 고객은 “직원들이 친절하게 잘해준다”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송금종 쿠키뉴스 기자 so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