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분쟁, 업계 경쟁 심화로 업황이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자 석유화학업계가 고부가가치산업 육성에 힘을 쏟고 있다. 미래 성장동력으로 포장재(패키징)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는 SK종합화학은 프랑스의 폴리머(플라스틱 소재의 재료) 업체인 ‘아르케마’를 인수했다.
SK이노베이션 자회사인 SK종합화학은 석유화학제품 생산을 넘어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나아가기 위해 2017년 미국 다우(DOW)로부터 패키징 관련 사업을 인수한 데 이어 이번에 아르케마를 인수했다고 15일 밝혔다. 인수금액은 3억3500만 유로(약 4392억원)로 내년 2분기까지 인수를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 자회사가 유럽회사의 사업 자산을 직접 인수한 것은 처음이다.
SK종합화학이 다우, 아르케마 사업을 통해 확대하려는 영역은 식품기업 등에 쓰이는 포장재 사업이다. 온라인·모바일을 활용한 음식 주문과 배달 문화가 커지고, 1인 가구의 증가로 레토르트(장기간 보관 식품) 식품 수요가 증가하면서 포장재 산업은 향후 연평균 7%대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2017년에는 다우로부터 접착층과 차단층 핵심 소재인 에틸렌 아크릴산(EAA), 폴리염화비닐리덴(PVDC) 사업을 인수했다. 아르케마 인수를 통해 프랑스 내 3개 생산시설과 에틸렌 아크릴레이트 코폴리머, 에틸렌 아크릴레이트 터폴리머, 에틸렌 바이닐 아세테이트 코폴리머, MAH 그래프티드 폴리머 등 4개 접착층 소재에 대한 영업권과 기술·인력 등을 추가 확보하게 됐다.
접착층 소재가 다양할수록 산소·수분을 차단하는 포장재 등 여러 기능을 갖춘 제품 생산이 가능해 그만큼 많은 고객사의 요구를 맞출 수 있다.
SK종합화학뿐만 아니라 석유화학 업계는 최근 고부가가치로 전환을 발 빠르게 시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제유가 상승과 석유화학제품 최대 수출국이었던 중국이 자국 생산에 본격 나서면서 업황은 올해 1분기부터 악화됐다”며 “미·중 무역분쟁, 정유사들의 사업 확장으로 인한 공급과잉이 우려되자 각사가 경쟁력 강화와 미래 먹거리 발굴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케미칼은 지난해 국내 최초로 고부가 염소화 폴리염화비닐(CPVC) 사업에 진출해 울산 석유화학산업 단지 내 공장에 생산라인을 준공했다. CPVC는 기존 폴리염화비닐(PVC)보다 염소 함량을 약 10% 늘려 열과 압력, 부식에 잘 견디도록 고안된 제품이다.
에쓰오일은 지난 6월 정유·석유화학 복합시설인 잔사유(원유 정제 후 남은 기름) 고도화와 ‘올레핀 다운스트림(RUC/ODC) 프로젝트’를 준공했다. 이는 에쓰오일 창사 이후 최대 사업으로 저부가가치 잔사유를 고부가가치 석유화학제품인 폴리프로필렌과 산화프로필렌 등으로 바꿔주는 시설이다. 롯데케미칼은 롯데첨단소재 인수를 결정하고 신소재와 정밀화학에 방점을 찍었다. 특히 충격에 강하고 내열도·투명성이 높은 폴리카보네이트, 스타론(인조대리석) 등 고부가가치 신소재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