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동학원 교사 채용 비리’ 유출된 시험 문제, 동양대서 출제

입력 2019-10-16 04:02
윤석열 검찰총장이 15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구내식당으로 이동하고 있다. 윤 총장은 이날까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사퇴에 대해 별도 입장을 내지 않았다. 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동생이 연루된 웅동학원 교사 채용비리와 관련, 당시 유출된 채용 시험 문제가 동양대학교에서 출제된 것으로 파악됐다. 동양대는 조 전 장관의 배우자인 정경심 교수가 재직 중인 곳이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웅동학원 교사 채용비리를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고형곤)는 당시 채용 시험지 출제기관이 동양대라는 사실을 파악했다. 검찰은 실제 동양대 관계자가 문제 출제에 관여했는지를 확인 중이다. 조 전 장관의 동생 조모씨는 웅동학원 사무국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교사 지원자 부모 2명에게 뒷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검찰은 조 전 장관 동생의 공범 박모씨와 조모씨 2명을 구속 기소했다. 박씨는 지원자 부모로부터 2억1000만원을 받아 일부를 조 전 장관 동생에게 전달하고, 시험지 등을 유출한 혐의를 받는다. 공범인 조씨도 뒷돈 8000만원을 받고 시험지를 유출해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이 사건의 주범을 조 전 장관의 동생으로 보고 지난 9일 법원이 기각한 조씨의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방침이다. 출제기관이 동양대로 확인되면서 검찰은 사건 당시 웅동학원 이사장이던 조 전 장관의 어머니 박모씨와 함께 정 교수의 연루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정 교수는 최근 뇌종양과 뇌경색 판정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 교수 측 변호인은 국민일보에 “정 교수가 최근 MRI 검사 등을 통해 뇌종양과 뇌경색 판정을 받았다”며 “심각성 정도는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변호인은 조 전 장관이 사임한 지난 14일 정 교수가 급히 조사 중단을 요청한 이유도 심경의 변화보다 건강상 문제였다고 강조했다. 또 “검찰도 건강 상태를 고려해 조사를 중단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르면 이번 주 정 교수 조사를 마무리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정 교수의 건강 문제가 다시 변수로 떠오른 셈이 됐다. 조 전 장관 사퇴와 상관없이 원칙대로 수사한다는 검찰의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은 정 교수에 대한 추가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사모펀드, 자녀 입시, 동양대 컴퓨터 반출 등 조 전 장관 일가 의혹에 정 교수가 대부분 연루돼 있어서다. 정 교수는 지난 14일 다섯 번째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조서 열람과 날인도 못했다.

검찰은 정 교수의 건강상태를 입증할 의료진단서 등 객관적인 자료를 아직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정 교수 상태와 관련해 “언론 보도를 통해 접한 내용이 전부”라고 말했다.

2017년 국정농단 사건 당시 특검은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의 입시비리 의혹과 관련해 암 수술을 받고 항암치료 중이던 김경숙 이화여대 교수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당시 법원은 이를 발부한 적이 있다.

한편 사문서위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 교수 측이 지난 14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수사기록 열람·등사 신청서를 추가로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 교수 측은 지난달 11일 검찰이 수사기록 열람 신청을 거부하자 지난 2일 법원에 이를 요청했고 8일엔 공판준비기일을 늦춰 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정 교수는 재판 개시 절차인 공판준비기일(18일)을 앞두고 “수사기록이 없어 재판 준비가 불가능하다”는 취지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