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사퇴했지만 국회에 제출된 검찰 개혁 법안 처리 문제를 놓고 여야가 또다시 충돌로 치닫고 있다. 특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려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설치법(공수처법)을 놓고 여야가 정면대결을 예고했다.
더불어민주당은 15일 검찰 개혁 법안의 조기 통과를 주장하며 공수처법을 검찰 개혁의 핵심으로 지목했다. 공수처 설치에 반대하는 자유한국당을 향해 공수처법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상임위간사단 연석회의에서 “하늘이 두 쪽 나도 검찰 개혁을 완수하겠다”고 말했다. 전날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현재의 공수처법은 문재인 정권의 집권 연장 시나리오일 뿐이다. 다음 국회로 공수처법을 넘겨야 한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이 원내대표는 “극단적 오만이자 명백한 검찰 개악 가이드라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 개혁의 핵심은 공수처 설치이며, 공수처를 뺀 검찰 개혁은 앙꼬 없는 찐빵”이라고 강조했다. 조정식 정책위의장도 “공수처는 비대한 검찰권을 통제하고 권력기관 사이에 견제와 균형의 원칙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이를 거부하는 한국당은 검찰 개혁을 반대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유감을 표했다.
현재 패스트트랙에 올라탄 검찰 개혁 법안은 검경 수사권 조정안과 공수처법이다. 한국당은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대해서는 협의할 여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안의 경우 지난 4월 패스트트랙에 올리기 전 여야 3당이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서 수차례 논의한 바 있다.
문제는 공수처법이다. 공수처법은 백혜련 민주당 의원안과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안 두 가지가 있는데 세부적인 부분에서 조금씩 차이가 있다. 바른미래당은 한국당처럼 공수처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지만 민주당이 제출한 공수처법은 수정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한국당과 공수처 반대에 뜻을 함께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당은 공수처 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국정감사 중간점검회의에서 “위선과 무능, 독재의 열차를 멈춰 세워야 한다. 장기 집권 사령부인 공수처는 절대 불가하다”고 말했다. 정용기 정책위의장도 “결국 공수처를 설치해 조 전 장관에 대한 수사를 방해하고, 궁극적으로는 국가 사법 권력을 장악해 좌파의 영구 집권으로 가겠다는 것”이라며 공수처법 반대 입장을 밝혔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국감대책회의에서 “검찰이 밉다는 이유로 검찰의 권한을 공수처에도 똑같이 부여하고, 대통령이 공수처장부터 수사관까지 모조리 임명하도록 하는 여당의 안은 검찰 개혁이 아니라 1980년대 청와대 직속 공안검찰을 부활시키는 검찰 개악이 되고 말 것”이라고 비판했다. 법무부 국감에서도 “공수처를 꼭 상징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세력이 있다. 조직이 정권에 휘둘리지 않도록 제도를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여야 3당은 16일 ‘2+2+2’(각 당 원내대표와 대표 의원 1명씩) 회동에서 본격적으로 검찰 개혁 법안 처리 방향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편 정부는 조 전 장관이 사퇴 직전 발표한 법무부 자체 검찰 개혁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개혁안은 서울·대구·광주 3개청에만 특수부를 남기고 명칭을 ‘반부패수사부’로 바꾸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가현 심희정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