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모든 일을 하면서 나에게 눈길을 보내며 나에게 말을 하여라”

입력 2019-10-17 00:04

얼마 전 그림 한 점을 보고 큰 감동을 받은 적이 있다. 기독 작가 서영원의 ‘기도’(그림)라는 작품이었다. 그림에는 간절히 기도하는 사람이 나온다. 그는 홀로 앉아 성경을 펼친다. 그 앞에 무릎을 꿇는다. 그리고 온몸을 옹크린 채 하나님께 기도한다. 작품 전체에 스며든 따스한 색감은 그 자체로 하나님과 나누는 지고한 평온함과 진중함, 충만함을 보여준다. 그야말로 세상 무엇도 침범치 못할 평안의 순간인 것이다. 우리가 기도를 통해 이런 깊은 평안을 누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것도 일상의 매 순간 끊임없이 말이다.

하나님을 아버지로 고백하는 이들에게는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성경이 우리를 향해 “쉬지 말고 기도하라”고 말씀하기 때문이다. 쉬지 않고 기도할 때 우리는 하나님과 깊은 사귐을 쌓아갈 수 있다. 주님이 내 안에, 나는 주님 안에 거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 세상이 주지 못하는 평안과 만족을 얻을 수 있다. 매사에 주의 인도를 받으며 승리할 수 있다. 일찍이 쉬지 않고 기도하며 이런 은혜를 맛보았던 프랑크 라우바흐는 이렇게 말했다. “하나님과 끊임없이 교제하는 것, 하나님을 내 생각의 대상으로 삼고 내 대화의 상대로 삼는 것이야말로 내가 일찍이 경험한 것 중에서 가장 놀라운 일이다.”

가장 위대한 기도

우리는 어떻게 쉬지 않고 기도하며 매 순간 하나님을 의식하고 의지할 수 있을까. 먼저는 정시기도를 통해서이다. 정시기도는 하루 세 번 시간과 장소를 정해 하나님께 나아가는 것을 말한다. 아침에는 사도신경으로, 정오에는 십계명으로, 밤에는 주기도로 기도하는 것이다. 처음부터 스스로 기도하기 어렵다면 그동안 필자가 제시했던 샘플 기도문을 활용해 기도해보라. 꾸준히 시도하다가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그때부터 내용을 가감하며 자유롭게 기도할 수 있을 것이다.

사도신경 십계명 주기도에 짤막한 고백을 보태어 기도하는 것을 보고 어떤 이들은 ‘너무 형식적인 것 같다’ ‘너무 단순한 것 같다’고 반문한다. 종교개혁가 마르틴 루터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라. “저는 박사이자 설교자입니다. 배울 만큼 배웠고 산전수전 다 겪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교리를 배울 때는 어린아이처럼 배웁니다. 매일 아침 시간 날 때마다 십계명 사도신경 주기도 시편을 또박또박 입으로 소리 내어 읽으며 기도합니다. 이것보다 더 위대한 진리, 더 위대한 기도를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의 말대로 이 세 가지는 기독교 신앙이 온축된 핵심 중 핵심이다. 이를 제대로 이해하고 자신의 고백 삼아 기도한다면 믿음의 기초가 든든한 크리스천이 될 것이다.

정시와 항시의 순환

분주한 일상을 살다 보면 하나님의 시선을 놓치기 쉽다. 그래서 우리는 정시기도에 더해 항시기도로 나아가야 한다.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든지 있는 자리에서 하나님의 시선을 의식하며 기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좋은 도구가 단숨기도이다. 즉 순간마다 “오 하나님 아버지!” “오 키리에엘레이손!” “오 파라클레토스!” “오 예수 그리스도!”하며 하나님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다.

성경은 누구든지 주의 이름을 부르는 자는 구원을 받을 것이라 약속했다.(행 2:21) 그래서일까. 필자 역시 이 네 마디로 기도하다 보면 어느새 하나님의 임재가 느껴지고, 임마누엘의 역사를 경험하곤 한다. 참으로 신비한 은혜이다.

중요한 것은 정시기도와 항시기도의 조화에 있다. 정시기도만으로는 바쁘고 분주한 일상 중에 하나님께 시선을 고정하기 힘들다. 항시기도만으로는 하나님과 깊고 진중한 교제를 나누기가 어렵다. 따라서 정시기도와 항시기도가 조화를 이룰 때 우리는 온전히 쉬지 않고 기도하게 된다. 기억하자. “정시기도는 항시기도로! 항시기도는 정시기도로!”

필자는 이 쉬지 않는 기도의 풍성함을 누렸던 한 여인을 알고 있다. 몇 해 전 그녀는 사모로서 교회를 섬기던 중 암 진단을 받았다. 의사는 회생 가능성이 없다며 퇴원을 권고했다.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다. 더 이상 기도할 수 없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기도해야 할지 막막했던 것이다. 그때 우연히 필자를 만나 쉬지 않는 기도에 대해 듣게 됐다.

얼마 뒤 필자와 다시 만났을 때, 그는 이전과 전혀 다른 사람이 돼 있었다. 밝고 따스한 얼굴로 그가 말했다. “목사님, 쉬지 않는 기도가 저를 살렸어요. 이 기도에 저의 모든 마음과 간구가 들어있습니다. 기도가 열렸어요. 이제는 살아도, 죽어도 감사입니다.” 그녀는 쉬지 않는 기도를 통해 하나님과 깊은 사귐을 나누었다. 매 순간 그분과 동행하게 됐다. 그래서 더 이상 문제를 문제로 여기질 않았다. 이것이 쉬지 않는 기도의 능력이다. 이제 우리도 쉼 없이 하나님께 나아가자. 일상의 모든 것으로 하나님과 대화하자. 그리할 때 세상이 알지 못하는 지고한 평안과 기쁨, 능력이 가득하게 될 것이다.

“네가 원하는 모든 일을 하면서 기도하여라. 읽을 때도, 일할 때도, 걸을 때도, 먹을 때도, 말할 때도, 늘 나를 눈앞에 그리며 끊임없이 나에게 눈길을 보내며, 네가 할 수 있는 대로 나에게 말을 하여라.”(샤를 드 푸코)


김석년 목사<서울 서초성결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