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의 14일 전격 사퇴에 법조계는 앞으로 조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가 탄력을 얻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당초 검찰이 현직 법무부 장관을 수사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기류가 있었으나, 조 장관의 사퇴에 따라 그의 검찰 출석이 가시화됐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날 검찰에서 5번째 조사를 받던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조 장관이 물러났다는 소식을 접하고 조사 중단을 요청, 서울의 한 병원으로 이동했다.
조 장관은 이날 ‘자연인’ ‘한 명의 시민’으로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진행 상황에 변동을 주지는 않겠지만, 현직 장관으로서 직무를 수행하는 데 이해충돌로 해석됐던 부분들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며 “장관직에 있었기 때문에 이뤄지지 않았던 보고체계 등 시스템이 다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조계는 앞으로 검찰이 수사 속도를 높일 것이라고 예측한다. 강신업 변호사는 “현직 장관에 대한 수사는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기 때문에 검찰이 부담을 느껴왔을 것”이라며 “조 장관 거취와 상관없이 수사는 원칙에 따라 진행되겠지만, 검찰 입장에서 한결 편해진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다른 변호사는 “지지자들이 많아 여전히 여론을 의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도 “수사가 지금보단 한층 수월할 것”이라고 했다.
검찰이 ‘자연인 조국’을 소환할지도 주목된다. 검찰은 일단 조 장관 딸의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활동과 관련해 조 장관의 입장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었다. 검찰은 초유의 현직 법무부 장관 소환이라는 부담을 한층 덜어낸 상황이다. 검찰은 조 장관을 추후 비공개로 소환해 조사할지를 신중히 검토할 방침이다.
사명을 강조하던 조 장관이 돌연 사퇴하자 법조계에선 검찰이 ‘스모킹 건’을 확보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조 장관이 검찰에 갈 수밖에 없는 뭔가가 포착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15일 국정감사장에서 결정적인 내용이 까발려지는 게 두려웠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강 변호사는 “어제까지만 해도 검찰 개혁을 완수하겠다고 강조한 사람”이라며 “부인 구속영장 청구나 자신의 소환을 앞두고 사퇴했을 수 있다”고 했다. 검찰은 조 장관에 대해 공직자윤리법 위반 혐의와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 증명서 위조에 관여한 의혹, 정 교수의 증거인멸·은닉을 방조한 혐의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고형곤)는 이날 정 교수를 불러 조사했으나 조 장관 사퇴 발표 이후 정 교수가 조사 중단을 요청해 오후 3시15분쯤 귀가시켰다. 정 교수는 심적 동요 때문이었는지 조서 열람도 하지 않은 채 방배동 자택이 아닌 병원으로 향했다. 오후 9시쯤에는 본인의 해명을 전하던 페이스북에 박노해 시인의 ‘동그란 길로 가다’를 올렸다. 정 교수는 “좋을 때도 순간이고 어려울 때도 순간인 것”이라고 시를 인용해 적었다. 말미에는 “감사했습니다”라는 말을 남겼다. 검찰은 “추후 다시 출석하도록 통보했다”고 밝혔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