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분오열 보수 진영, 통합 방정식 풀어낼까

입력 2019-10-15 04:07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총선을 6개월여 앞둔 보수 야권의 가장 큰 과제는 통합이다. 대오가 분열된 상태에서 선거를 치르면 오차범위 내에서 승패가 갈리기도 하는 수도권 지역에서 승리를 담보하기 어려워진다. 하지만 자유한국당과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이 이끄는 중도 보수세력, 우리공화당의 셈법이 저마다 달라 통합 작업이 난관에 부닥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맏이 격인 한국당은 ‘탄핵 세력’이란 낙인을 지우고, 사분오열된 보수 세력을 한 데 묶는 고차 방정식을 풀어야 해 상황이 녹록지 않다.

유 의원이 운을 떼면서 야권 통합 논의는 일단 수면 위로 올라온 상태다. 앞서 유 의원은 한국당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인정하고 구체제 청산 작업을 진행하면 통합 논의를 할 수 있다고 못 박았다. 개혁 보수 정체성을 받아들이라며 ‘스펙트럼 확장’도 주문했다.

한국당 지도부는 유 의원의 제안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한국당 중심의 통합론만 강조하고 있다. 황교안 대표는 14일 “헌법 가치를 같이하는 정당·정치세력은 나라를 살리는 큰일에 함께해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만 밝혔다. 친박근혜계 의원들 사이에서 유 의원에 대한 비토 기류가 여전한 데다 또 다른 통합 대상인 우리공화당이 박 전 대통령 탄핵을 인정하지 않고 있어 교통정리가 필요하다. 섣부른 통합 논의가 계파 갈등이나 노선 투쟁으로 비화할 수도 있다.

다만 친박 핵심인 윤상현 의원이 이날 공개적으로 “유 의원과 바른미래당 동지들이 돌아와야 중도층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 보수 통합을 위해 황 대표와 유 의원이 만나야 한다”고 촉구하면서 당내 기류 변화도 감지되고 있다. 당 핵심 관계자도 “친박이건 비박이건 물갈이를 해야 하는 것은 맞다. 우리가 탄핵에 대해서도 지금껏 부정한 게 아니지 않느냐”면서 “유 의원이 못 받을 만한 조건을 내건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연동형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하는 선거제 개편도 야권 재편의 중요한 변수다. 선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정당 득표율로 뽑히는 비례대표 의석수가 대폭 늘어나 군소정당들의 원내 입성이 지금보다 쉬워진다. 이 경우 한국당에 작용하는 구심력은 약화되고, 유승민계 의원들과 우리공화당이 독자 정치세력화에 몰두하게 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한국당은 보수 통합과 별개로 인재 영입 등 내부 혁신 작업은 일정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신진 인사 중심의 1차 인재 영입 명단 발표가 이달 중 있을 전망이다. 인재 영입 규모는 20명 전후인 것으로 알려졌다.

심우삼 김용현 기자 s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