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운명의 한 주’… 17∼18일 EU정상회의에 달렸다

입력 2019-10-15 04:02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14일 런던 국회의사당 웨스트민스터궁 왕좌에 앉아 의회 개원 연설인 ‘여왕 연설(Queen's speech)’을 하고 있다. 여왕은 20여개 입법 안건을 한 줄씩 읽은 뒤 곧바로 퇴장했다. 로이터연합뉴스

10월 31일로 예정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시한이 보름 정도 남은 가운데 이번 주가 합의냐 시한 연장이냐를 결정할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오는 17~18일 유럽연합(EU) 회원국 정상회담에서 브렉시트 합의안을 추인해야 하는 만큼 영국과 EU의 협상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14일(현지시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연설을 통해 정부의 브렉시트 계획안을 발표하고, EU 정상들과의 릴레이 접촉으로 합의안 도출을 위한 마지막 승부에 나섰다.

존슨 총리는 브렉시트 합의안에서 논란이 돼온 ‘안전장치(Backstop)’를 폐기하는 대신 ‘4년간 두 개의 국경’을 뼈대로 하는 대안을 지난 2일 제시했다. 안전장치는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와 영국령인 북아일랜드 간 국경에서 ‘하드 보더’(Hard Borde, 국경 통과 시 통행·통관 절차를 엄격히 적용하는 것)를 피하기 위해 고안된 장치로 당분간 영국 전체를 EU 관세동맹에 남도록 하는 내용이다.

존슨 총리는 테리사 메이 전 총리가 EU와 체결한 합의안에 포함된 안전장치를 반대해 왔다. 그가 제시한 ‘4년간 두 개의 국경’ 수정안은 브렉시트 이행기간(2020년 말) 종료 후 북아일랜드는 영국 본토와 함께 EU 관세동맹에서 탈퇴하되 2025년까지 농식품 등에서 EU 단일시장 규제를 적용받는다는 것이다. 대신 북아일랜드 자치정부 및 의회에 거부권을 부여해 EU 규제의 적용 여부를 4년마다 결정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 안에 대해 EU는 불가 입장을 피력했고 존슨 총리는 지난 10일 리오 버라드커 아일랜드 총리와의 양자회동에서 일부 수정안을 다시 제시했다. 북아일랜드가 ‘두 개의 관세체제’를 동시에 적용받는 것을 뼈대로 하는 안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셸 바르니에 브렉시트협상 EU 수석대표는 13일 “영국이 제시한 안은 기괴할 정도로 복잡했다”면서 “두 개의 관세체제가 한 지역에 공존한 전례가 없다”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EU 협상단의 반응에도 불구하고 존슨 총리는 브렉시트 협상을 성사키시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존슨 총리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과 다시 연락해 브렉시트 지지를 호소할 예정이다.

존슨 총리는 브렉시트 합의에 도달하면 오는 19일 의회에서 승인을 추진할 계획이다. 하지만 야당인 노동당은 물론이고 집권 보수당, 보수당의 연정 상대인 북아일랜드 연방주의 정당(DUP)조차도 존슨 총리의 수정안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EU와 합의에 이른다고 해도 영국 의회에서 승인을 얻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은 14일 런던 국회의사당 웨스트민스터궁에서 의회 개원 연설인 ‘여왕 연설(Queen's speech)’을 했다. 연설은 집권당 정부가 써준 것을 여왕이 그대로 낭독하는 경우가 많다. 여왕은 이날 브렉시트, 범죄대응 등 향후 중점적으로 추진할 정책을 담은 26개 법안을 한 줄씩 읽은 뒤 퇴장했다. 약 5분간 진행된 연설에서 연설문 작성자인 존슨 총리는 10월 31일 영국이 EU를 떠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국 하원은 5일간 토론을 벌인 뒤 여왕 연설에 대해 표결을 실시한다. 여당인 보수당 의석이 과반에 못 미치는 데다 야당이 반대 입장이라서 존슨 총리가 또 한 번 패배할 가능성이 크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