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친환경차” 외치는데… 정부 기관장은 13%만 운행

입력 2019-10-15 04:03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월 수소경제 활성화와 미세먼지 저감에 동참한다는 취지에서 전용차량을 수소차로 바꿨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올해 초부터 수소차를 애용하면서 친환경차 이용에 속도를 붙였다.

그러나 정부부처를 포함한 정부기관의 전용차량 가운데 친환경차 비중은 13.1%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부터 더 적극적으로 친환경차 사용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민일보가 14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김규환 자유한국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각 정부기관의 전용차량 이용 현황에 따르면 친환경차(수소차,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등)는 17대에 불과했다. 기획재정부 등 18개 정부부처를 포함한 51개 정부기관의 전용차량 129대 중 13.1%다. 전체 전용차량 8대 중 1대만 친환경차인 셈이다.

전용차량은 대통령령인 ‘공용차량 관리규정’에 따라 각 부처 장관이나 차관 및 차관급 공무원, 처·청급 행장기관장 등에 배정되는 전용 업무차량이다. 정부기관 가운데 전용차량 지급 대상이 가장 많은 곳은 헌법재판소다.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해 헌법재판관 9명과 사무처장(국무위원급), 수석부장연구관, 선임부장연구관까지 12명에게 전용차량을 지급한다. 하지만 헌법재판소의 전용차량 12대 모두 친환경차가 아니다.

감사원의 경우 9명(감사원장, 감사위원 6명, 사무총장, 제1사무차장)에게 전용차량을 배정하지만 친환경차는 한 대도 없다. 과학기술정책을 다루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역시 장관과 1·2차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차관급)에게 지원되는 전용차량 4대 모두 일반차량이다.

대통령이 직접 전용차량을 수소차로 바꿨는데도, 정부기관의 친환경 전용차량 사용이 저조한 것은 ‘의무사항’이 아닌 ‘권장사항’이기 때문이다. 공용차량 관리규정 7조 2항에는 ‘각급 행정기관장은 친환경차를 구매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문구만 있다.

여기에다 물품관리법 16조에 따라 전용차량을 비롯한 승용차는 9년의 내용연수(사용기한)를 설정하기 때문에 대부분 정부기관이 친환경차로 바꾸고 싶어도 쉽지 않다. 정부기관 관계자는 “전용차량 임차기간이 만료되면 친환경 차량을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기관은 친환경 전용차량 사용이 저조한 이유에 대해 다소 황당한 해명을 내놓기도 했다. 위원장과 상임위원, 사무총장, 사무차장 4명에게 전용차량이 배정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5부 요인(국회의장·대법원장·헌재소장·국무총리·선관위원장)과 국무위원급 인사의 대내외 지위 등을 고려했기 때문에 친환경 전용차 사용이 저조하다”고 답했다. 문화재청은 “긴 충전시간과 충전 후 짧은 주행거리, 적은 충전소 등으로 문화재·사찰 등 원거리 출장 시 운행정지 우려로 구매율이 저조하다”고 했다.

이런 분위기와 달리 친환경차를 전용차량으로 이용하는 기관장도 적지 않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전용차량 2대를 모두 친환경차(수소차 1대, 하이브리드차 1대)로 쓰고 있다. 환경부도 장관은 수소차, 차관은 하이브리드차를 타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모두 친환경 차량을 전용차량으로 두고 있다.

한편 국가정보원과 대통령 비서실 등은 보안사항을 이유로 전용차량 이용 관련 세부자료 제출을 거부했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