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기독인 함께 아시아 평화 지켜낼 것”

입력 2019-10-15 00:01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일본 기독교 대표자들이 지난 9일 일본 도쿄 가시와기교회에서 ‘막힌 담을 헐고’란 제목의 공동기도문을 발표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NCCK 제공

“전 야구를 좋아합니다. 제29회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가 열린 지난달 6일 부산에서 일본과 한국이 시합했습니다. 일본이 리드했지만 연장전 역전으로 한국에 4대 5로 패했습니다. 굉장히 안타까웠지만, 잊기 어려운 감동의 순간도 있었습니다. 미야기 투수가 이주형 선수의 머리에 데드볼을 맞혔습니다. 미야기 선수는 이 선수가 1루까지 가기를 기다렸다가 모자를 벗고 미안하다며 머리를 숙였습니다. 그러자 이 선수도 헬멧을 벗고 머리를 숙였습니다. 서로의 아픔을 같이 짊어지면서 신뢰의 마음이 깊어지는 모습. 미래의 한국과 일본의 관계를 고등학생 야구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일본그리스도교단 이시바시 히데오 총회 의장이 지난 9일 일본 도쿄 가시와기교회에서 전한 메시지의 도입부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일본 기독교 대표들이 이번엔 일본에서 ‘화해와 평화를 위한 한·일 그리스도인 공동 기도회’를 열었다. 일본의 전쟁 책임과 식민 지배 역사를 직시하고 회개와 반성을 통해 화해와 평화의 길로 나아가는 데 그리스도인이 앞장서자는 내용을 담았다.

기도회는 지난 8월 11일 서울 종로구 서울복음교회에서 열린 ‘동북아 평화를 위한 한·일 공동 시국기도회’의 답방 형식으로 진행됐다. 한국에선 NCCK를 비롯해 기독교대한감리회 한국기독교장로회 한국정교회 한국YMCA전국연맹 한국기독교청년협의회 실무자들이 참석했고, 일본에선 재일대한기독교회 일본성공회 일본그리스도교단 일본밥티스트연맹 등 9개 교단이 공동으로 실행위원회를 만들어 기도회를 주관했다.

이홍정 NCCK 총무는 “식민 지배와 전쟁 범죄로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긴 일본이 아무런 뉘우침 없이 다시금 한반도에 대한 침략 야욕을 드러내는 현실에 분노한다”고 했다. 이 총무는 “일본 우익세력과 아베 정권이 평화헌법을 개정해 군국주의로 회귀하려는 의도를 갖고 경제침략을 감행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일 양국 그리스도인 연대를 통해 아베 정권의 반(反)평화적 경제침략과 군국주의 정책에 저항해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정의와 평화를 지켜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무는 이튿날 교단 대표들과 함께 일본 정부의 고교 무상화 정책에서 배제돼 어려움을 겪는 도쿄조선중고급학교를 방문했다. NCCK는 “일본기독교협의회(NCCJ)와 함께 한·일 화해와 평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기도회를 갖고 조선인학교 돕기 활동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