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해외 진출 기업 80% “국내로 돌아오지 않겠다”

입력 2019-10-15 04:05
기업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은 자본이 해외로 나가는 것보다 경제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 해당 기업의 이전과 함께 생산과 고용, 세수가 줄어들 뿐 아니라 그 기업과 거래해 온 국내 다른 기업의 수익도 사라지기 때문이다. 세계 주요국들이 ‘리쇼어링’(제조업의 본국 회귀)에 열을 올리는 것은 이 때문이다. 특히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리쇼어링을 국가전략 차원에서 밀어붙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성적이 양호한 데는 이 정책의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 한국과 갈등이 격화하고 있는 일본도 해외로 떠난 기업을 국내로 되돌리기 위해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국가전략특구를 지정, 신산업 규제를 완화하고 법인세를 30%에서 23.4%로 낮췄다.

한국도 2013년부터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유턴을 추진해 왔지만 성과는 미미하다. 한국수출입은행이 최근 해외 사업과 관련해 수은에서 대출받은 기업 216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78.9%가 ‘국내로 돌아와 투자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기업 10곳 중 8곳이 국내로 유턴할 의사가 없다는 것이다. ‘국내와 국외 중 투자 환경이 좋은 곳은 어디인가’란 질문에 ‘국외’라고 답변한 기업이 전체의 76.9%를 차지했다. 기업 유턴을 위해 꼭 필요한 정책으로는 세제 혜택, 규제 완화, 노동 유연화 등을 꼽았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작년 11월 해외 사업장을 가진 기업 150곳을 설문한 결과는 더 충격적이다. 96%가 ‘국내 유턴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국내 유턴을 고려하는 기업은 단 2곳(1.3%)에 불과했다. 국내 유턴을 고려하지 않는 이유로는 해외 시장 확대(77.1%), 국내 고임금 부담(16.7%), 국내 노동시장 경직성(4.2%) 순으로 조사됐다. 어느 조사에서나 공통으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경직적 주52시간 근로제 등으로 인한 노동비용 상승과 규제에 대한 불만이 빠지지 않는다. 똑같은 이유로 그나마 버티던 기업들마저 ‘탈(脫)한국’에 나서고 있다. 이미 나간 기업 유턴시키기보다 나가려는 기업 안 나가게 하는 게 더 급하게 됐다. 리쇼어링을 위해서든, 기업의 ‘탈한국’ 러시 완화를 위해서든 정부가 반기업 정책을 거둬들인다는 신호를 보내는 게 급선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