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는 고양이 이야기로 시작됐다. 개는 꼬리로 감정을 적극적으로 표현한다면 고양이는 자기 영역이 강하고 감정 표현도 즉각적이지 않다. ‘혁신’을 고민하는 자리에서 강사가 고양이 특성을 이야기한 이유는 단순명료했다.
“1980~90년대생 밀레니얼 세대의 특성을 보여주는 게 바로 고양이죠. 시장엔 고양이들로 가득 차 있는데 기업, 교회 등 사회는 희생과 복종, 훈련으로 접근했던 개의 방식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국민일보와 국민일보목회자포럼 주최로 지난 10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이노베이션 캠퍼스’ 첫 수업 모습이다. 이노베이션 캠퍼스는 크리스천 리더들을 위한 맞춤형 경영전략 훈련프로그램이다.
첫 강사는 최명화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였다. 최 교수는 현대차, LG전자 등 대기업에서 근무한 홍보 마케팅 전문가로 현재 학교와 여성 마케팅 임원 만들기 프로젝트인 CMO캠퍼스에서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이날 최 교수가 목표로 삼은 건 ‘틀을 깨는 것’이다. 그는 “기업들이 밀레니얼 세대를 끌어들이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을 시도하고 있다”면서 “목회자, 크리스천 리더들도 틀을 깨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40여명의 수강생은 최 교수의 말에 공감했다. 장현승 과천소망교회 목사는 “교회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춰 달라져야 한다는 데 공감하지만 해법을 찾지 못해 고민해 왔다”면서 “교회를 떠나는 밀레니얼 세대를 사로잡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밀레니얼 세대를 가르치는 게 아니라 유혹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리고 ‘판매담당자들을 위한 6가지 액션 가이드’를 제시했다. 우선 힘을 빼야 한다. 세제 홍보를 고민하던 LG생활건강은 빈약한 영상에 저속한 가사를 사용한 B급 광고를 공개한 뒤 젊은 세대의 열광을 이끌었다. 젊은이들이 ‘놀 수 있는’ 판을 깐 뒤 메시지는 무심히 던지는 전략을 사용하고 소소하게 밀착할 수 있는 마케팅을 펼치며 기억에 남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 제품이나 브랜드를 설명하는 대신 소비할 대상이 찾도록 큐레이팅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했다.
강의 뒤엔 밀레니얼 세대를 사로잡을 동영상 활용법 등 다양한 질문이 쏟아졌다. ‘판을 벌이는 것’과 ‘성경적 가치를 전달하는 것’ 중 어디에 무게를 둬야 할지에 대한 고민도 나왔다. 최 교수는 성경적 메시지 전달을 근본으로 삼아 다양한 시도를 해야 한다는 해법을 제시했다.
이철 강릉중앙교회 목사는 “새로 눈을 뜬 느낌”이라며 “이 시대의 ‘고양이족’을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며 다음 강의에 대한 기대를 표했다.
글·사진=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