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발생했던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복지사각지대를 완전 해소하겠다며 추진한 박원순 서울시장의 ‘찾아가는 동주민센터’(찾동) 사업이 성사율 20%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동주민센터 공무원들이 전체 노인가정과 출산가정, 기초생활수급대상자 가정을 방문하도록 한 제도다. 4년 동안 공무원과 간호사 등 3100명을 채용해 대대적인 사업을 벌였지만, 복지사각지대 해소는커녕 시늉에만 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김영우 자유한국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올해 1~6월 ‘찾동 방문 상담 성사율 실태’에 따르면 찾동 대상자 12만215명 가운데 가정방문이 성사된 수는 2만3549명(19.6%)에 불과했다. 2015년 7월 시작한 서울시의 보편복지 제도로, 소득과 가정형편에 상관 없이 65세 도래 노인과 출산 가정, 양육수당 지급대상 가정이면 모두 방문해 필요한 복지 서비스 혜택을 주는 것이다.
방문 성사율이 두드러지게 적은 대상은 양육수당 수급가정이었다. 3만6600명 가운데 731명(2.0%) 대상으로만 방문이 이뤄졌다. 찾동 인력은 어린아이를 둔 가정을 찾아 어린이집 바우처 지원 등을 안내해야 한다. 65세 도래 노인의 경우 대상자 5만6856명 가운데 1만3158명(23.1%)이 방문상담을 받았다. 노인에게 장기요양급여를 안내하고 질환이 의심되면 보건소에 이어줘야 한다. 막 출산한 출산가정은 2만6759명 가운데 9660(36.1%)명만 방문상담을 받았다. 찾동의 실무를 담당하는 자치구에서도 저조한 성사율을 문제 삼는다. 지난 5월 공개된 송파구 동주민센터 종합감사 보고서는 “찾동의 방문상담 성사율이 높지 않고, 실효성이 낮은 65세 도래 노인 방문에 주로 집중됐다”고 꼬집었다.
지난 8월 관악구 봉천동 임대아파트에서 벌어진 ‘탈북 모자 사망사건’은 찾동에 구멍이 뚫린 대표적인 사례다. 해당 사건은 탈북자 한모(42·여)씨와 6살배기 아들이 복지 서비스 지원을 받지 못한 채 아사한 것으로 추정됐다. 해당 지역 동주민센터 공무원은 올해 4월 탈북모자의 집을 찾았지만 아무도 없어 현관문에 안내문만 붙이고 돌아왔다. 이후 비극이 벌어질 때까지 아무런 조치도 없었다.
저조한 성사율에도 찾동 인력만 4년간 꾸준히 늘었다. 지난 7월까지 복지직 공무원 2606명, 방문간호사 512명이 채용됐다. 서울시는 돌봄SOS 부문에 투입할 방문간호사 등 수백명을 더 채용할 계획이다. 자치구 관계자들은 “인력만 확충한다고 방문 성사율이 높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방문상담이 무산되는 주원인이 복지 당사자들의 방문 거부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형편이 어려워도 “복지 상담을 받을 정도로 어렵다는 걸 남들이 알길 원치 않는다”는 이들이 태반이다. 복지 서비스를 받지 않아도 될 정도로 경제적 능력이 되거나 자신의 사적 공간을 보여주기 싫다는 목소리도 높다.
실정이 이런데도 아직 서울시의 대책은 뾰족한 게 없다. 서울시 관계자는 “방문상담은 당사자들이 응해야 진행할 수 있다. 방문을 거부하는데 찾동 공무원이 강제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서울시는 지역 활동가들의 제보를 토대로 취약계층으로 드러난 이들에겐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방문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보편’복지를 내걸고 출범했지만 현실적으로 ‘선별’복지 요소를 도입하겠다는 뜻이다. 다른 서울시 관계자는 “방문 성사율이 기대에 못 미치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그렇지만 실적주의 부작용을 고려해 성사율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리진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