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편 단막극을 썼던 경험이야말로 작가로서 나를 단련한 귀한 시간이었다.”
‘SKY 캐슬’(JTBC)로 올해 초를 달궜던 유현미 작가는 단막극을 이렇게 치켜세웠다. ‘SKY 캐슬’의 영광이 단막극 집필 경험에 빚지고 있다는 말이었다. 수혜를 입은 건 유 작가뿐 아니다. ‘동백꽃 필 무렵’(KBS2)의 임상춘, ‘정도전’(KBS1)의 정현민 등 걸출한 많은 작가가 단막극을 거쳐 데뷔했다.
단막극은 작가에겐 필력을, 감독에겐 연출력이란 근육을 단련해주는 필수 운동인 셈. 지난달 27일부터 전파를 타고 있는 ‘드라마 스페셜’(KBS2)은 이런 단막극의 정신을 잇는 프로그램이다. 방송사 기대작이 맞붙는 시간대인 매주 금요일 오후 11시45분 대부분 신인들로 구성된 제작진의 작품 10편이 안방을 찾는다.
단막극의 매력은 창의적인 스토리텔링에 있다. 문보현 KBS 드라마센터장은 단막극을 두고 “다양한 실험이 가능하다”고 했다. 경쟁에서 비교적 자유롭고 젊은 제작진이 대거 참여하기 때문인데, 기존 미니시리즈 형태를 파괴한 10부작, 몇 분가량의 드라마 형식도 단막극에서 처음 시도됐다.
이번에도 취업, 죽음, 노인 등 현실을 예민하게 감각한 소재들이 스릴러 액션 로맨스 등 다양한 그릇에 담겨 표현된다. 가슴 따뜻한 이야기로 박수받은 이주영 김진엽 주연의 ‘집우집주’(사진)와 태항호의 ‘웬 아이가 보았네’, 이태선 강기둥의 ‘렉카’에 이어 정동환 주석태의 ‘그렇게 살다’(18일), 최원영 이도현의 ‘스카우팅 리포트’(25일) 등이 전파를 탄다.
단막극은 신인 배우들의 산실 역할도 톡톡히 해왔다. 이선균 등 많은 연기파 배우가 단막극을 거쳤다. 다양한 연기를 큰 부담 없이 시도해볼 수 있는 환경인 데다 완성된 대본이 넓은 시야를 담보해준다. 김진엽은 “스토리의 시작과 끝을 알고 연기해 더 자신 있게 연기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한때 20~30% 시청률로 사랑받던 단막극 시리즈는 이젠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드라마 스페셜’은 ‘베스트극장’(MBC) 등이 사라지고 남은 유일한 단막극 프로그램이 됐다. 수익성 저하가 원인인데, ‘집우집주’와 ‘웬 아이가 보았네’의 경우 뛰어난 완성도에도 시청률은 1%대에 그쳤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