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생명 살리는 정원 가꿔야”

입력 2019-10-15 19:25
교회 안으로 들어와야만 보이는 갈릴리교회와 비밀의 정원의 일부 모습. 김순현 목사가 화초를 돌보고 있다.

“나무 한 그루 없는 그냥 밭이었어요. 제가 신학교 다닐 때 창조 영성을 전공하면서 흙을 알고 흙과 친해져야 하니까 밭을 정원으로 일궈보겠다며 보낸 시간이 벌써 14년이네요.”

전남 여수의 조약돌 해수욕장 앞에 있는 갈릴리교회 김순현 목사는 ‘창조의 영이 깃든 비밀의 정원’을 일궜다. 비밀의 정원이라는 뜻에는 교회가 도로를 끼고 있어서 외부에서는 마치 교회가 감옥 또는 수도원으로 보이지만 안으로 들어오면 꽃과 나무, 벌 등의 아름다운 정원이 펼쳐진다. 그래서 비밀의 정원이다.

“정원을 일군다는 것은 생명을 살려내는 일입니다. 생명을 살려내는 일을 제일 잘하시는 분이 바로 창조의 영이시잖아요. 정원과 제일 잘 어울리는 영이고 창조의 영이 깃든 비밀의 정원입니다. 비밀의 정원을 일구면서 느끼는 보람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정원은 교회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고, 그리스도의 출발점은 에덴이라고 할 수 있는데 에덴은 기쁨의 정원이자 낙원이고 그 정원을 일구신 분이 하나님이십니다.”

성경 창세기에 에덴동산이라고 나와 있는데 그리스도어로는 케포스, 오늘날의 말로 번역하면 ‘가든’이다. 바로 ‘에덴정원’이다. 정원을 맡아서 관리하는 최초의 인간이 아담이다.

“모든 정원사의 원형은 창조주 하나님이시지요. 위탁 받은 정원사가 아담인 거에요. 모든 인간의 일차적 소명, 거룩한 소명은 정원사의 길인 거죠. 생명을 돌보고 생명과 생명이 어우러지는 평화잖아요. 그 생명을 꾀하는 교회가 정원사의 길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정원을 본격적으로 일구게 되었습니다.”

교회는 하나님 나라를 얼핏 보여주는 곳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하나님 나라에 존재하는 것 중에 이것은 꼭 교회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중 하나가 정원이고 생명의 밥상이다. 공동체와 식사하고 친교, 기쁨, 교제가 충만히 어우러질 수 있는 곳이 교회다. 교회는 놀라움과 감탄, 경외함을 자아내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비밀의 정원에 들어와서 처음 반응은 놀람입니다. 그리고 감탄사가 연발해서 터져 나오죠. 아무리 설교를 잘해도 감동을 안겨주기가 쉽지 않은데 정성껏 일군 정원을 지역 사회에 오픈해 놓으면 누구라도 찾아와서 꽃과 벌, 나무들이 주는 향기와 빛깔로 인해 솟아오르는 감동을 느끼고 감탄하는 모습을 안겨줄 수 있습니다. 저희는 갈릴리교회를 희망 발전소라고 부릅니다. 정원을 일구면서 자연스레 소문이 퍼져나가고 사람들이 많이 찾아왔어요. 그러면서 교회에 정착하시는 분들도 생기고, 그래서 희망 발전소에요.”

김 목사는 교회가 생명을 살리는 정원을 일궈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태학적 위기의 시대, 우리의 삶을 든든하게 뒷받침해주는 생태계가 무너진다면 존립 기반 자체가 사라지는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교회에서 강조하는 것이 생명과 평화인데 구원을 다른 말로 번역하면 생명과 평화입니다. 이러한 시대에 교회가 사회와 기존의 그리스도인들을 향해서 생명의 길을 잘 걸어가려면 생명을 심고 가꾸고 생명을 살려내야 합니다. 정원사의 길을 가야합니다.”

여수=글·사진 한영배 드림업 기자 mdwpdntm@dreamupm.com